우연히 1956년 8월 13일자 신문이 구입되어 온 것을 보고 놀라웠다. 바로 그날이 친구 남편이 태어난 날이었다. 무려 50년 전 신문이 구입되어진 것이다. 물론 아이들 생일 선물로도 같은 내용의 신문을 구입하고 있었다.
최소한 아이들에게 ‘너희가 태어나던 날 세상에는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하는 역사의식을 선물한 것이다. 이는 역사의식이라는 교육뿐 아니라 이를 생각하고 준비한 마음이 정말로 참 선물이었다. 이렇게 매번 선물에 대한 의미를 아는 친구였다.
이 놀라운 선물을 통해 얼마 후 친구남편의 생일임을 알게 되어, 이 친구가 이번 생일은 어떻게 마음을 쓰려나? 내심 궁금했다. 그런데 생일전날까지 우리에게는 초대가 없었다. 무슨 사연이 있지 싶어 작은 마음을 준비해두고 이튿날 아침을 맞았다. 아래층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없고 나도 방해될까 싶어 조용히 커피에 빵 한 조각을 물었을 때다.
전화벨이 우리를 아침식탁으로 초대한 것이다. 서둘러 준비해둔 보라 꽃 한 아름을 안고 내려갔다. 차려진 식탁이 향긋하였고, 남편선물로 준비된 편지봉투 안에 담겨진 내용도 근사했다. 이날 친구는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으나 아침은 우리에게 낮에는 남편친구에게 그리고 저녁은 시댁식구들에게 조촐한 마음을 초대했었다. 그날 그 산뜻한 기억은 오늘의 미소다.
그렇다 이것이 선물이다. 선물은 이렇게 서로의 마음에서 진심이 오가는 것이다.
아침에 머리 빗고 단장하는 시간까지 심려한 친구남편생일의 말없는 초대는, 우리의 시간과 자유를 존중해 준 마음이다. 혹여 부담될까, 방해될까, 아침 단장이 끝난 시간쯤에 전화벨을 보내준 그 소리까지도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이는 두고두고 우리마음의 기도로 남는다.
이미재(청주대학교 예술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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