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발표한데 이어 13일(한국시각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발 빠르게 대북 제재결의안을 채택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결의안이 군사적 위협을 담고 있는 조항을 배제하고 경제 제재를 중심에 두고 있어 당분간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급속도로 고조되는 것은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제재안 실행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돌출될 지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 각 부문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 천주교회 차원에서 나온 메시지는 이번 문제를 대하는 신자들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북한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온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대사회 문제에 있어 언제나 그리스도가 가르쳐온 정의의 입장에서 교회의 입장을 대변해온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명의로 발표한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에서 한국교회는 ‘한반도 비핵화’와 이를 위한 대화와 협상만이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는 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이 메시지에서 북한의 핵실험 소식을 커다란 충격과 슬픔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누구도 그동안 애써 닦아온 남북 화해의 길을 가로막거나 한반도에 흐르는 평화와 일치의 물줄기를 되돌려 놓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한반도의 평화는 “오로지 참을성 있는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면서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주교회의는 국제 사회에 대해서도 인내하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전쟁이나 대결구도가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 화해와 평화의 여정을 걸어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교회는 북한 핵실험으로 촉발된 상황을 이용해 평화를 깨트리는 대결과 전쟁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며 이 사안에 대한 당파적이고 정치적인 접근을 경계하고 있다.
교회가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마다 세상 곳곳에서 작은 그리스도로 살아가고 있는 신자들의 몫은 더욱 절실해진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인류에게 남겨주신 고귀한 선물인 평화를 가꾸며 그 평화가 넘치는 세상을 일궈나가는 것은 모든 신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역사의 갈림길마다 늘 지혜로운 선택으로 난국을 헤쳐 온 신자 공동체가 이번에도 혜안을 발휘해 평화를 향한 인류의 간절한 열망을 모아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