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나눔실천은 하느님 현존 느끼는 방법
삶의 손익계산서
수확의 계절 가을에 우리는 얼마나 이웃을 도우며 살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것은 어쩌면 한 해의 수확을 가능하게 해 주신 하느님께 보여드려야 할 삶의 손익계산서를 만드는 데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미국의 저명한 한 연구기관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1995년에서 2002년에 이르는 동안 종교 기관에 대한 것을 포함해 자원봉사에 바친 시간과 기부금품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볼 때, 한국(0.96%)은 조사 대상 36 개국 중 22위에 머물고 있으니 말이다. 1위는 네덜란드(4.95%), 2위는 스웨덴(4.41%), 3위는 미국(3.94%), 그리고 4위는 탄자니아(3.78%)가 차지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탄자니아가 이웃 사랑 실천에서는 선진국 대열에 끼어 있는 것이 매우 이채롭고 부럽기까지 하다. 기부금품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에서 한국(0.18%)은 1위 미국(1.85%)은 물론 10위 탄자니아(0.61%)에도 훨씬 못 미쳐 더욱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기아 아동을 돕는 일을 하고 있는 국제아동기금(UNICEF) 기여도에서도 OECD 국가 중 꼴찌를 못 면하고 있다.
2005년 미국의 전체 기부금은 2600억 달러로 이 중 1990억 달러가 개인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즉, 기부금 대부분(76.5%)이 개인에 의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가구 당 세금을 내고 남은 소득의 2.2%를 기부한 셈이다.
기업의 기부금은 138억 달러, 즉 5.3%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렇게 미국은 보통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기부 문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미국의 빌게이츠 같은 거부들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아니라 사회의 그늘진 구석에서 온갖 풍상을 겪으며 김밥 행상이나 삯바느질을 하거나, 가정부나 거리의 미화원으로 일하며 평생을 가난하게 살면서도 자신이 모은 돈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내 놓은 그러한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 와서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가 크게 향상되고 있다고는 하나 이러한 추세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2003년 세계공동모금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발족한지 6년 만에 45개 회원국 중 다섯 번째 규모의 금액을 모금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개인 기부의 경우 회원국 평균인 69.5%인 데 비해 20%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1인당 기부금을 보면 우리나라는 2813원으로 미국(1만3678원), 캐나다(1만673원), 싱가포르(7799원), 버진 아일랜드(4464원), 푸에르토 리코(4342원), 홍콩(3105원)에 못 미치는 7위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 교우들은 해 마다 과연 얼마나 기부하고 있을까. 내게 가까이 있거나 멀리 떨어져 있거나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나의 이웃이요, 이들이야말로 예수님께서 자신과 동일시하신 이들이거늘, 우리는 얼마나 자주 이 “형제들 가운데 가장 작은 이들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며,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있을까.”(베네딕토 16세,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5항)
이 땅의 사랑 문화창달에 앞장
기부 문화는 우리의 사고방식, 생활 방식과 긴밀히 연결 되어 있다. 그것은 이웃 사랑은 곧 하느님 사랑임을 믿고 그 믿음을 일상 생활 속에서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을 실천하는 바로 그 때에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이러한 사랑 실천은 “당파와 이념에서 벗어나 있어야 한다. 이 사랑 실천은 세상을 이념적으로 변화시키는 수단이 아니며 세상의 전략에 일조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에게 언제나 필요한 사랑을 지금 여기에 현존하게 하는 한 방법이다.”(베네딕토 16세, 위의 문헌, 31항)
최근 북한의 핵 실험으로 제기된 북녘 동포에 대한 인도주의적 원조 문제도 이러한 정신에 비추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웃 사랑 실천은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드러내는 척도이다. 지금이야 말로 우리 교우들이 앞장서서 이 땅의 사랑의 문화를 창달하는 데 힘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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