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의 의미
지난 9월 미국 워싱턴 방문 길 기내에서 처음으로 각 의자에 비치된 액정화면을 보았습니다. 손가락 터치형 디지털 화면을 통하여 비디오, 음악, 게임, 비행정보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미국영토 가까이에서부터는 지도상 비행기 위치를 알려주는 비행정보서비스가 작동치 않는 거였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9.11테러 이후에 생긴 조치라고 보았고, 미국이 무엇인가를 두려워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짖는 개와 무는 개
어느 날 울안 모퉁이에 줄로 묶어 놓은 진도개를 보고 제가 뭐라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개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하루는 저녁을 먹고 나와서 신부님들과 이야기 하고 있는데 슬그머니 다가와 팔뚝을 무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 그 개는 귀엽다고 쓰다듬는 수녀님의 손을 물기도 하였습니다.
저야 뭐라고 해서 물었다고 쳐도, 수녀님은 오신 지도 얼마 안 되었고 평소 개를 무척 사랑하는 분임에도 그 개는 덥석 물은 것입니다. 저는 이런 개를 살짝 미친개라 보고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늘 으르렁대는 개가 TV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 개는 사람만 보면 막대기를 입에 물고 으르렁댑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 개를 무서워하고 멀리 피해갑니다. 그런데 하루는 수의사가 왔습니다. 유심히 관찰을 하고서 수의사는 이 개가 사나운 게 아니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고, 막대기를 입에 물고 으르렁대는 것도 그 표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짖는 개는 두려워하는 개였습니다. 어떻든 늘 짖는 개든 무는 개이든 정상은 아니고 과거 상처들도 있었겠지요!
북한의 핵실험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도 몇 주가 지났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핵무기는 일본의 히로시마에서 보더라도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무기입니다. 핵의 양면성, 즉 사람을 이롭게 하는 원자력 발전과는 달리 핵무기는 우선적으로 대상이 생명파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이 핵무기의 사용대상은 자국민은 아닙니다. 대상은 어디까지나 남한이든, 이웃나라이든, 아니면 미국일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하여 각종 제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제재가 우선적으로 시행되리라 보여 지는데, 그 피해자는 결국 북한의 지도부나 군부가 아닌 힘없는 백성이 아니겠습니까?
북한 지도부는 백성을 위하여 핵실험을 하였다고 하지만, 정작 백성은 더 헐벗고, 병들고, 고통 받게 되었고, 선의의 인도적 지원들마저도 어렵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두려움의 표징인 핵무기
핵무기 보유이든, 핵실험이든 이는 모두 두려워하고 있다는 징표입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결국 마음의 문제입니다. 창세기는 두려움이 하느님을 떠남에서 왔다고 가르칩니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떠난 인간은 죽음과 고통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형제마저도 경쟁의 상대로 보고 두려워하며 그리고 죽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떠난 인간은 서로 폭력을 사용하고 죽이고 자신의 이득을 위하여 전쟁을 일으킵니다. 폭력은 폭력을 낳고, 두려움은 두려움을 낳습니다. 그렇습니다. 두려움은 결국 소유와 이기심의 산물입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사람에게는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과 평화, 신의와 친교가 있습니다. 2003년 2월 생명 31운동 출범식에서 김수환 추기경님은 “전쟁 없는 사회, 낙태 없는 사회, 사형제도 없는 사회, 생명조작 없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 생명31운동의 목표라고 하셨습니다. 그러한 사회는 바로 우리 각자가 폭력과 두려움이 아닌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섬기는 마음에서 시작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의 십자가는 두려움을 극복한 사랑의 표징입니다.
송열섭 신부 (생명31운동본부 총무·청주교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