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위해 자신의 생명 희생”
지난 9월 미국을 방문하여 생명운동을 살펴보는 중에 미혼모의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집은 가브리엘 프로젝트에 따른 집이었고 3명의 여성들이 2층에 살고, 아래층에는 한 가족이 그들을 돌보며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먼저 미혼모의 집을 거쳐 가는 미혼모 중에 몇 퍼센트나 출산 후 직접 자녀를 키우려 하는지가 궁금하였습니다. 놀랍게도 대부분이 직접 아이를 기르고 2~4%가 입양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미혼모의 결심
어느 날 아이를 데리고 한 엄마가 찾아왔습니다. 미혼모였습니다. 사귀던 남자가 있었는데 두 번 아이를 가졌고 그때마다 별 양심의 가책 없이 낙태를 하였답니다. 그런데 임신을 또 했고 남자는 헤어지자는 거였고, 그래서 결국 죽기로 작정하고 절에 들어갔답니다. 거기서 우연히 TV를 보다가 1992년 당시 천주교에서 주관하는 낙태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을 접하게 되었고, 그래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기야 죽으면 그만이지만 아이를 죽게 하면 더 큰 죄인이 된다는 사실에 자살을 포기하고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보건복지부에 알아보니 춘천 미혼모의 집을 소개하여 주었고,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를 입양시키든지 자기가 키우든지 선택해야 할 때에, 미신자인 이 미혼모는 당연히 아이를 자기가 길러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그 뒤 홀로 아이를 키워온 것이었습니다.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출산 후 대부분 입양을 선택하고, 해외 입양이 절반에 이르는 우리의 현실에서….
죽어서도 자식을 찾는 수달
신라 신문왕 때 혜통이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출가하기 전 이름은 낭이었습니다.
낭의 집은 경주 남산의 서쪽 기슭에 있었는데, 집 앞 냇가에는 수달이 모여들어 물고기를 잡아먹었습니다. 낭은 이 수달을 잡으려고 그물을 놓았고, 마침내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어미 수달이었습니다. 낭은 망설이지 않고 수달을 죽여 고기를 망태에 넣고, 뼈는 물가의 동산에 버렸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낭에게 어른들이 “뼈가 더 약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낭은 수달의 뼈를 주우러 물가의 동산으로 갔으나, 뼈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이상히 여겨 자국을 따라가 봤더니, 그 뼈는 굴속으로 들어가 다섯 마리의 새끼를 안고 있었습니다. 등골이 오싹하여진 낭은 그 뒤 깊이 뉘우치다가 마침내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죽어서도 자식을 잊을 수 없어 그 유골로 새끼를 찾아가는 어미 수달의 애절한 모성애를 어찌 쉽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위대한 모성애
모성애는 참으로 위대합니다. 1994년에 시복된 이탈리아의 복녀 요안나는 세 아이의 어머니요 소아과 의사였습니다. 넷째 아이를 가졌는데 뒤 늦게 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살려면 아이가 죽어야 하고, 아이가 살려면 엄마가 죽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되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결국 선택은 엄마의 몫이라고 말하였고, 엄마는 이렇게 답하였습니다.
“제 생명도 귀하지만, 제 아이의 생명도 귀합니다. 저는 아이의 생명을 선택하겠습니다.” 그 뒤 이 엄마는 딸을 출산하였고, 며칠 후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훗날 제 딸이 자라면, 엄마가 자신의 생명보다도 딸을 더 사랑했다고 전하여주세요.”
1994년 시복식 때에 그 딸은 남편과 함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을 알현하게 되었고, 그 때 교황님은 남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 어머니가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바쳤기 때문입니다.” 사실, 자궁 외 임신처럼, 임신으로 모체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습니다. 이때 엄마의 생명을 위하여 태아의 생명을 간접적으로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안나 어머니는 딸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희생한 것입니다.
송열섭 신부 (생명31운동본부 총무.청주교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