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면 당신은 발길로 차일 것입니다. 그래도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라.”
공자님께서는 또 이렇게 말씀하신다. “의롭지 아니하고서 부유하게 되고 귀하게 된 것은 나에게는 뜬 구름과 같으니라.”
예수님께서는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고 권고했다.
모두 좋은 말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정색을 하고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주위에서는 코웃음을 치리라. 이 세 분의 말씀이 힘을 갖고 사람들에게 삶의 지침으로 전해지는 것은 말이 지닌 힘이 아니라 그 삶이 보여준 증거의 힘이다.
어록을 모아 만든다면야 정치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야말로 명언이요 경구이다.
하지만 대개 정치인들의 말은 삶과 표리부동을 이루기 일쑤, 시간과 장소에 따라, 정치적 이해에 따라 변화무쌍하기에 말이 지닌 원래의 뜻마저도 훼손한다. 결국 말의 진실성은 삶의 증거로써 드러난다고 하겠다.
그러면 하느님의 말씀은 예외 없이 증거로써 드러난다.
인간을 사랑하신다는 말씀은 당신의 행위로써 명백히 나타난다. 애당초 인간을 당신 모상대로 만드신 창조의 신비 자체가 가장 심오한 사랑의 신비이다.
하와 이후 수없이 되풀이된 배신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치솟는 분노와 역정을 누르시며 사랑을 베풀어 이스라엘을 억압에서 구하셨고, 급기야는 당신 아들까지 제물로 내어주시어 인간 구원의 성업을 완성했다.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을진대 하물며 사랑의 배신자들을 위해 금지옥엽 아드님까지 내어주신 그 사랑이야 말할 것이 없다.
구원이 신앙만으로 이뤄지는가, 아니면 인간의 선행으로도 가능한가 하는 의화의 문제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와의 오랜 논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신앙과 선행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것이 본질적인 차이는 아니다.
참 신앙이야 당연히 삶으로 표현되는 선행을 동반할 것이며 인간에 대한 사랑과 자비의 마음이라면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신뢰를 잃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증거를 통한 신앙과 복음의 선포는 오늘날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증거는 특히 우리 시대에 필요합니다.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스승보다 증거를, 주장보다 경험을, 이론보다 실천을 더 믿기 때문”이다. (교황권고 ‘아시아 교회’ 42항) 온갖 교설과 주장, 정보와 의견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 안에서 가르침과 신념, 신앙은 그 자체가 지닌 힘 뿐만 아니라 삶의 증거로써 드러나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도대체 어느 누가 가진 것을 버리고 함부로 따라나설 것인가? 복음 선포는 그러한 것이어야 한다.
자기가 확신하는 것을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표양으로 드러내는 것, 말씀의 선포는 신앙인으로서 자기 삶의 이유와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며, 증거는 그 원리에 따라서 사는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증거는 굳이 거창할 필요가 없다. 자기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쓰레기 한 점 줍는 일, 이웃과 불화하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것, 주변에 있는 소년소녀가장에게 반찬 한 가지 해주는 것, 선거하는 날 놀러가지 않고 꼭 투표하는 것, 온가족이 나란히 손잡고 성당 가는 것,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해서 돈 버는 것, 이 정도면 충분하다.
요 정도가 어렵다 하면 성당 가지 말라.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