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호기심과 선입감을 가지게 되나보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직업군인으로 정년퇴직할 때 까지 본업이외에 성가대 활동을 병행(?)했다.
아마추어 지휘자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여러 성가대 지휘자 노릇을 했는데 신자들은 직업 군인인 지휘자의 전공이 무엇인지 내심 궁금했던 모양이다. 본당에서 성음악발표회나 대축일장엄미사가 끝나고 나면 박수갈채와 함께 질문을 받곤했다.
“음대 출신이세요?” “아뇨”
“그럼...군악대 출신인가 보군요?” “아닙니다...”
이리되면 묻던 이가 머슥해 진다. 이런 경우에 두가지 반응을 읽을 수 있었는데 하나는 음대나 군악대 출신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성가대 지휘를 잘 하느냐 하는 찬사가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공자도 아닌데 음악을 제법 하는구나 하는 표정이다.
민간인이 되고나서 몇 년간 회사일을 하다가 내면에서 솟구치는 성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루고자 55세에 음악대학에 학사편입하여 음대생이 되었다.
딸 같은 여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내 일생 최고의 전성시대를 보낸 듯 하다. 자식 공부를 위해 멀리 떠나보낸 기러기 아빠가 아니라 스스로 기러기가 되었지만 서울 집을 떠나 홀로 시골에 있는 음악대학을 다니며 그야 말로 음악 공부를 싫컷 했다. 마치 암사슴이 시냇물을 흠뻑 마시듯이… 그것도 종교음악 전공이고 보니 “세상에 나보다 더 행복한 남자 있으면 나와보라” 고 광고하고 싶을 정도였다.
나의 제1인생이 군사학 전공시대였다면 제2의 인생은 종교음악 전공자의 생활이 더할 나위 없는 은총임을 절감하며 곧 다가올 예수님탄생대축일 미사를 위해 악보를 연구한다.
김건정(파트리시오.주교회의 성음악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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