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주일을 맞아 가톨릭신문사가 실시한 두 가지 조사에 따르면 신자 일반을 지칭하는 ‘평신도’라는 명칭을 다른 적절한 말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평신도’라는 용어는 한국 천주교 신자들을 일컫는 말로 확고하게 정착돼 있어 이 용어를 바꾸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조사들에서 나타난 의견들과 꾸준하게 제기돼온 문제 제기에 대해 심사숙고해볼 필요성이 반드시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는 일차적으로 ‘평신도’라는 명칭을 다른 적절한 말로 바꿀 필요가 있음을 천명하고자 한다.
물론 ‘평신도’라는 용어가 지닌 본래의 의미와 취지는 결코 차별의 의도를 지니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신도 사도직 활성화를 위해 개칭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현재 한국교회 안에서 평신도가 처해 있는 상황에 있다. 오늘날 한국 천주교회의 평신도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신앙과 삶의 자세이다.
오늘날 한국 평신도들은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에 대해 확고하게 인식, 실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성직자 중심주의와 결합돼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천명한 보편적 성화 소명의 주체로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평신도’라는 명칭은 종종 한국 교회 안에서 ‘병신도’라는 자조적인 용어로 왜곡되곤 했다.
따라서 이제 한국교회 평신도들은 평신도의 자발적인 신앙 수용이라는 전통, 평신도 위상의 현격한 전환을 이룬 공의회 정신의 구현, 그리고 보편교회의 평신도에 대한 적극적 인식을 보면서 자신을 깊이 성찰하고 깨어나야 할 때이다.
우리는 이번 조사의 응답자들이 “명칭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음에 대해 크게 공감하면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자동적으로 어떠한 변화도 가져올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평신도’라는 명칭이 이미 보편적 성화 소명을 지닌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이 많은 이들에게 지적되고, 실제로 적지 않은 이들에게 차별적 용어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제는 그 본래 취지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평신도’라는 명칭을 바꾸는 문제에 대해 발전적으로 연구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