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탓인지 드라마 안에서 교회와 관련된 유비, 곧 그리스도교적 인물이나 사건들과의 유사성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성경은 사실 모든 인간사를 담고 있기에 어떤 이야기든 그 유비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주몽’에서도 이런 유비가 꽤 발견된다. 물론 그것은 드라마가 전혀 의도하지 않는 것이고 일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다만 재미로 살펴볼 일이다.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은 우선 잘 생긴 남자 주인공.
새 나라 건국의 위업을 이루는 역사적 인물로서의 거칠고 단호한 카리스마는 조금 부족하지만 수하들에 대한 애정과 억압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으로 힘든 시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위로가 된다.
소프트한 현대극에 가까운 이 하이브리드 사극은 역사의 역동적 순간들을 현대인의 구미에 맞게 풀어내고 그 중심에 영웅의 이미지를 배치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런데 영웅의 의미는 세상을 힘으로 정복하는데 있지 않다. 나라를 세워 새 세상을 열지만 그 취지는 억압받는 백성의 구원이다. 해방은 자연스레 출애굽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은 유한성에 갇힌 존재로서 구원과 해방을 본질적으로 희구한다. 주몽이 유민들을 해방시키는 것은 이러한 인간 본성을 자극하고 그 열망을 해소시켜줌으로써 고통스러운 현실의 극복이라는 대리만족을 준다.
한편 주몽의 건국은 인간적 작위에 그치지 않고 하늘의 뜻으로 제시된다. 주몽의 절대적인 후원자인 ‘여미을’ 신녀 무리는 물론 불의의 정점 대소왕자를 추종하는 ‘마우령’ 일당에 의해서도 그러하다.
이는 곧 ‘삼족오’의 상징을 통해 드러나는데, 해모수를 상징하던 삼족오가 주몽의 상징으로 재해석되고, 거스를 수 없는 하늘의 뜻으로서 주몽을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주몽은 천부적인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예수는 자주 자신의 행로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임을 강조한다. 주몽은 아버지 해모수의 유지를 이어받았고 ‘다물군’의 장군으로 스스로를 칭한다.
험준한 산 속에 터를 잡았지만 주몽의 앞길은 여전히 고난의 길이다. 해방과 구원의 업적은 결코 고난과 역경 없이는 불가능하다. 예수님의 구원이 십자가상 희생으로 이뤄졌듯이 해방은 고난과 고통의 열매일 수밖에 없다.
또 드라마는 그 고난의 과정을 헤쳐나가는데 있어서 ‘강철검’이라는 유용한 도구를 제시한다.
출애굽 후 모세의 십계명, 예수님의 산상수훈에서 집약된 사랑의 계명이 하느님 백성을 일깨우는 도구였다면 강철검은 애당초 전투가 건국의 주요한 과정인 사극에서 구원을 이끄는 현실적인 수단이 된다.
아직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인기에 영합해 연장방영된다니 그 타성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쨌든 주몽을 통해 시청자들은 역사의 현장을 대리 체험하면서 고통에 찌든 현실을 잠시나마 도피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은 그토록 재미난 주몽의 스토리, 그 수 만배의 풍성한 에피소드들을 담은 성경을 재해석하고 이를 현대적 컨텐츠로 형상화하는 일에 교회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나라 하나를 세우는 일이 그렇게 풍요로운 이야기꺼리인데 하물며 인류 역사 전체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꾼 하느님의 역사는 비할 수 없는 역동성을 갖지 않겠는가? 그 방식은 영화, TV 드라마, 혹은 문학작품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는 문화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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