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개혁 위해서는 모든 ‘관계’에서 회개 필요해
‘아시아’와 대화를
교회는 창립자이신 하느님께서 인류의 역사 속으로 들어 오시어 인류와 대화를 나누시고 구원과 정의와 형제애에 대한 자신의 계획을 알려 주신 그러한 본을 받아 자신도 많은 문제들에 대하여 인류와 대화하고 그 문제들을 복음의 빛으로 비추어 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러한 역할은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가톨릭 신자는 아직 3퍼센트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아시아에서는 더욱 더 필요하다.
따라서 아시아 주교들은 일찍이 아시아 문화와의 대화, 아시아 종교와의 대화, 아시아 국민과의 대화는 아시아 교회의 선교 사명의 본질적 요소라고 강조하였다. 이중에 특히 아시아 백성과의 대화는 바로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과의 대화, 곧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우선적 사랑을 뜻하는 것으로 아시아 교회가 응답해야 할 중대한 도전이다.
빈곤층은 늘어만 가고
아시아 개발은행에 따르면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연명하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시아 지역에 9억 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 중 인도 사람이 4억 5천만 명, 그 밖의 남아시아 사람이 5 천만 명, 중국 사람이 2억 2500만 명, 동남 아시아 사람이 55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줄잡아 아시아 사람 셋 중 한 사람이 절대 빈곤 인구인 셈이다.
한국의 경우, 가난한 사람들을 이들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는 없으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최저생계비(2006년 4인 가구 기준 117만 422원)를 빈곤선으로 하여 볼 때 절대빈곤층이 인구의 대략 7%, 곧 350만 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근년에 와서 이들의 형편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이들과 같은 가난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뜻있는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제 ‘생각은 아시아 차원에서, 행동은 한국 차원에서’ 할 때 한국의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이러한 도전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가난한 백성들과 대화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우선 가난한 사람들이 왜 가난한가? 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 주된 원인이 실업과 불공정한 임금이라고 볼 때, 그것을 직접 고용주의 책임으로만 볼 수 있을까? 그 책임이 직접 고용주만이 아니라 간접 고용주, 곧 일터에서 정당하거나 부당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제도와 사람들에게도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가 간접 고용주로서 어떤 식으로든 실업과 불공정한 임금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문제를 빚어내는 세상의 죄의 구조의 공범자가 아닐까?
그리스도인의 소명
그렇다면 가난한 백성들의 대화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정의 촉진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한다.
가난을 개인의 불행 탓만이 아니라 불의한 사회 구조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불의의 결과로 볼 때, 이러한 불의한 사회 구조를 개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가난한 백성들과 대화하는 것은 헛된 일일 뿐이다.
사회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행동, 사고방식, 생활양식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 하느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사고 방식과 행동의 변화, 즉 회개가 필요하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도덕적인 회개가 진정한 구조개혁의 선행조건이다. 이러한 회개의 사회적 차원이 곧 연대성이다.
이러한 개혁은 모든 이의 협력 없이는,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연대성의 틀 안에서 전개되지 않고서는 달성될 수 없다. 그리스도인은 모든 사람들과 협력하여 연대성을 실천하여 가난한 사람들과 대화하며 사회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일하도록 불린 사람이다.
이제 이러한 막중한 소명에 제대로 응답하기 위해 우리 모두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서로 대화하며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사회와도 대화하는 길에 적극 나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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