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공동체 수사님들과 함께 공동 외출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영화 한 편 보면서 공동으로 쉽시다.”
영화를 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우린 고르고 골라 ‘거룩한 계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거룩한’이라는 제목을 선택한 것을 보면 역시 ‘거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수사님들 피는 못 속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영화 ‘거룩한 계보’는 거룩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 영화는 감독이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를 나름대로 표현하려 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영화 시작 부분에서는 친구들의 순수했던 어린 시절 함께 나누었던 우정을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영화는 음모와 배신, 갈등과 복수 가득한 이야기로 흐릅니다. 오랜만에 본 영화가 하필 조폭 영화라니….
전 이런 조폭 영화가 요즘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문해 보았습니다. 또 이러한 영상물을 통해서 우리의 젊은이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연 폭력이 미화될 수 있을까’‘작가는 이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고, 또 청소년들은 그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사실 확실한 이념이나 사고를 가진 어른들도 이기적이며 쾌락을 추구하는 선정적인 광고의 자극을 무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우리 청소년들이 이런 유혹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얼마 전 상담한 한 젊은이의 모습이 저의 뇌리에 떠올랐습니다. 법원으로부터 보호관찰 수강 명령을 받은 젊은이였습니다. 그 젊은이는 아무 것도 몰랐던 초등학교 때 TV를 보며 많은 폭력을 접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깡패 아저씨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멋있게 싸우고 싶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그 젊은이는 깡패 아저씨들이 정말 멋있는 사람인 줄 알고, 아이들과 싸우고, 이기면 그 아이들을 괴롭혔답니다.
다음은 그 젊은이가 직접 저에게 한 말입니다. “중학교 때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 친구들과 마음이 잘 통해 늘 함께 다녔습니다. 우리는 영화에서 본 대로 ‘의리’하나로 뭉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본대로 ‘멋있는’ 깡패를 흉내내고 다녔습니다. 싸움이 나면 서로 도와주고, 가출을 하자면 같이 가출을 하고, 친구가 학교에 있기 싫다고 하면 같이 PC방 가주는 것이 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인생은 지금까지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잃기만 하였습니다. 이제 저의 꿈은 깡패가 아닙니다. 지금 죽더라도 부끄럽게 살지 않겠다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바로 저의 희망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대중매체의 영향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어쩌면 이 젊은이는 빨리 깨달은 것일 수 있습니다. 아직도 수많은 젊은 영혼들이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대중매체는 양날의 칼입니다. 좋은 점도 무궁무진하지만, 상상도 할 수 없는 해악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오해와 편견 나아가 분쟁의 씨앗을 뿌리게 되어 폭력과 전쟁, 심지어 대량학살로도 치달을 수 있습니다.
홍보매체와 대중매체는 잘 사용하게 되면 정보와 교육의 주요 도구가 되는 반면, 잘못 사용하면 개인과 가정에 재앙의 씨앗을 심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은 쾌락주의와 과소비주의적인 사고가 각계각층에 만연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각종 홍보매체와 언론매체의 영향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교육이 중요합니다.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청소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들의 투신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세상사가 다 그렇지만 모든 문제는 투신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생깁니다.
그럼 투신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선생님도 아니고, 학부모도 아니고, 청소년 선도위원도 아닙니다. 투신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신앙인들이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또 구체적으로 나쁜 환경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부터 각종 매체들을 올바르게 이용해야 할 것입니다.
내 가정, 내 본당만 위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에 헌신하는 개인, 사회를 바꾸는 개인이 많아질 때 비로소 내 가정, 내 가족도 성립됩니다. 사회에 헌신하는 기준이자 지침은 바로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하신 말씀은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평화를 이루는 일에 협력하는 것은 각종 매체가 사람들을 일치시킬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정한 ‘거룩한 계보’를 그린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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