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변화로 생명문화 이루자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한테 “내 눈에 당신은 돼지 같이 보이오”라고 하자, 그 말을 받은 무학대사는 “소인의 눈에는 전하가 부처님 같이 보입니다.”라고 대답했답니다.
태조는 무학대사의 말에 “정말 내가 부처같이 보이는가?”하며 흐믓해 하자, 무학대사는 “돼지의 눈에는 돼지가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는 법입니다”라고 덧붙였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누가 돼지 같은지 알게 될 일이었습니다.
로마의 격언
로마 격언 중에 ‘사람은 그 됨됨이에 따라 행한다’(Agere sequitur Esse)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에도 ‘행함은 그 뿌리인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신의 얼굴을 자신이 직접 볼 수 없고 거울을 통하여 볼 수 있듯이, 우리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요한복음 8장을 잠시 돌아보면 그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간음하다가 현장에 잡힌 여인을 군중은 노기에 가득하여 예수님 앞에 끌고 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율법에 의하면 이런 여인을 돌로 쳐야 하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시냐고 묻습니다. 그 때 예수님은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 7)라고 말씀하심으로써 각 사람들 앞에 거울을 내어놓으십니다. 그 거울을 통하여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과 그 여인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게 되고, 나이 많은 사람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떠나갔습니다.
낙태는 여성의 문제인가요?
오늘날 낙태 문제를 남성의 문제로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낙태 문제를 바로 자신의 문제로 보는 사람은 더더욱 많지 않습니다.
낙태문제가 대두 되면 대개는 먼저 여성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낙태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면 결코 여성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이 얽혀 있습니다.
우선 성(性)의 문제에 있어서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면이 적지 않은 남성이 반성할 점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함에도 낙태 문제에 있어서 남성들은 대개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생명경시풍조가 만연한 사회의 책임 또한 큰 것이고, 생명을 존중해야 할 의료인들과 턱없이 부족한 산부인과 의료수가도 문제입니다. 낙태를 산아제한의 방편으로 삼았던 정부도 문제이고, 인권을 주장하면서도 태아의 생명권에 유난히 소홀한 정치계도 문제입니다.
생명윤리를 가르쳐 증진하여야 할 종교계의 소홀한 대처도 문제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 누구인들 나는 무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바로 우리 각자가 낙태의 방조자요 공범자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낙태문제는 우리 모두가 반성할 일이요, 생명 존중의 문화는 우리 모두가 이루어 나가야 할 일입니다.
마음의 변화를 위하여
지난 9월 미국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Pro Life Activities)를 방문하였을 때 교육 담당자 수산나(Susan E. Willis)는 매우 의미 있는 말을 건넸습니다. “생명운동은 결코 단시일에 이루어 낼 수 있는 운동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생명운동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켜야 하고,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일은 많은 노력과 세월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어떻게 해서든지 한국교회가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생명운동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대책도 역시 이 마음의 변화가 그 근본이 아니겠습니까? 마음이 변하지 않고서는 결국 그 행동도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명 31운동이 지향하는 바는 바로 우리 각자의 마음의 변화를 통하여 죽음의 문화가 아닌 생명의 문화를 이루자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돼지의 마음도 아니고 훔치고 죽이는 도둑의 마음도 아닌, 그야말로 생명을 얻되 풍성하게 하려 오신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야 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송열섭 신부(생명31운동본부 총무.청주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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