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사랑 실천으로 ‘기적’을 만들자
외람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을 실감한다.
올해도 벌써 12월 마지막 달로 접어들었다. 누구에게나 12월은 한 해를 돌아보고 정리한다는 의미가 클 것이다. 더욱이 신앙인들에게는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셨던 그 날을 기억하고 그 분의 생애와 사랑에 대하여 묵상하는 때가 이즈음으로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하여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딥 임팩트’의 미미 레더가 감독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Pay it Forward, 2000)’라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사랑의 실천에 관한 영화이다.
도움주기, 사랑의 작은 실천
영화는 트레버(할리 조엘 오스먼드)라는 중학생 소년의 이야기이다. 학기가 시작되자 사회선생님(캐빈 스페이시)이 1년간 수행할 과제를 내준다.
과제의 내용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라는 것.
트레버는 과제를 위하여 ‘도움주기’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트레버의 제안은 각자 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그 사람들은 또 각자 세 사람에게, 이렇게 릴레이 형태로 도움주기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피라미드식 사랑법’인 셈이다. 이 영화의 원제목 ‘pat it forward’는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트레버는 혼자 힘겹게 가정을 끌어가는 엄마와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 그리고 거리에서 살아가는 거지 제리 등 세 사람에게 도움주기를 실천한다.
엄마(헬렌 헌트)는 밤낮으로 일하며 열심히 아들 트레버를 키우려 하지만, 실패한 결혼, 부모와의 소원한 관계, 알콜 중독 등으로 몹시 지쳐 있다. 트레버는 엄마에게 친구이자 새로운 사랑이 되는 사회선생님 유진을 소개한다.
유진은 똑똑하고 반듯한 인물이지만 알콜중독 아버지의 학대와 그로 인한 상처 때문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는 화상을 입어 실제 그의 몸에 상처의 흔적이 역력하게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 트라우마로 마음을 닫은 상태이다. 트레버는 엄마와 유진 선생님을 만나게 하면서 그들 스스로 서로를 통하여 의지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셈이다.
매우 미국영화적 설정이지만 외롭고 아픈 사람들간의 동병상련은 서로를 충분히 위무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은 녹록치 않다. 트레버의 도움주기는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제리에게 돈을 주어 새로운 삶의 계기를 주고자 하지만 제리는 이 돈으로 약을 사고 자신의 현재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불량한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구하려다 트레버는 칼에 찔려 죽게 된다.
세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 그것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좀 더 좋은 세상이 되리라는 트레버의 생각은 기실 얼마나 순진한가.
모두 트레버와 같이 순진하고 순수하게 생각하는 사람만 있다는 전제로, 또는 인간의 선함을 굳게 믿는다는 전제로만이 가능한 이야기이다. 과제를 내준 유진 선생님조차 그러한 방법으로 세상이 바뀌리라고 믿지 않는다. 아니, 그는 그 자신의 마음마저 닫아버린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작은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제리가 거지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많은 사람들이 트레버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도움주기, 사랑의 작은 실천을 되새긴다.
사랑, 세상을 변화시키는 참된 동력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는다.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사랑은 실천이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참된 동력이 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스스로를 세상을 위하여 내어주셨다. 희생제물이 되시어 인간의 죄를 대속하셨다. 그 분은 사랑을 말씀하셨고 세상에 머무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을 실천하셨다.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신자로서 그 분이 보여주신 사랑에 감사하고 고개 숙이면서도 정작 실천하는 데에는 인색했다. 여간해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냉소와 두려움에 젖어 있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접어들어 그리스도의 사랑 정신을 되새기고 주변에서부터 작은 실천을 해보면 어떨까? 나도, 우리도 트레버의 ‘기적’에 동참해보는 것, 그것이 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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