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발족 1주년을 맞았다. 교회는 애당초부터 생명운동을 고유의 소명으로 알고 끊임없이 생명의 문화 건설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서울대교구의 생명위원회 발족은 또 다른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생명위가 발족한 지난해는 한국 사회 안에서 생명윤리 문제가 가장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시점이다. 수년 전부터 한국 사회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됐던 배아줄기세포 연구 문제는 수많은 생명윤리 문제를 야기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모든 측면에 내재돼 있던 다양한 윤리 문제를 함축하고 있었다.
이는 황우석 박사의 과학 사기극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으나, 한국 사회 안에서 이미 이러한 생명윤리 문제는 그 이전부터 논란의 빌미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즉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실천의 문제가 바로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사건을 통해서 우리 사회 안에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교회는 수 년 동안 이어진 그 논란의 한가운데에서 때론 소극적이고 수비적인 자세 때문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기도 했고, 때로는 투철한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생명 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세속화되고, 물질이 정신을 압도하며, 경제 논리가 윤리적인 논의를 억압하기 일쑤인 우리 사회에서 생명 윤리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참으로 첨예한 대립과 갈등의 주제였기 때문이다.
생명윤리 문제를 고도로 응축하고 있는 황우석 사건은 법적 절차로써 그 종말을 고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았다. 사기극이 준 역사적 교훈에 대해서 아직도 우리 사회는 충분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그것은 바로 인간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고귀한 가치라는 깨달음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의 발족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과업을 짊어지고 출범했다. 황우석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우리 사회 안에서 생명윤리 문제는 온전하게 해결됐다고 할 수 없다. 생명위는 앞으로 더욱 투철한 사명감으로 우리 사회에 생명문화의 건설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생명위 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어떠한 가치보다도 소중하게 여기는 풍토가 뿌리내리도록 하는데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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