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고 한다. 인간이란 원체가 마음보다는 육체와 물리적인 접촉에 더 친밀감을 느끼는지라 영혼의 교류보다는 곁에 두고 미운 정 고운 정을 모두 쌓아가는 것이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네 조상들은 먼 데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낫다는 교훈을 전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실제로 그런 모습을 많이 본다. 집안에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종종 멀리 사는 형제나 친척들보다는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하면서 얼굴 보고, 쓰레기 내다 버리느라 마주치고, 집 앞에 서서 아이들 교육 문제로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던 옆집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물론 요즘 통조림 같은 삭막한 아파트 생활에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성당 다니는 사람이 이웃이면 왕래는 더 잦아지고 두세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길에 나서기도 한다. 그래서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참으로 지혜롭고 현명한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녀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는 말은 대개 남자 친구가 군대에 간 동안 ‘변절’한 여심을 이를 때 쓴다.
곁에서 알콩달콩 우정과 애정을 함께 나누면 아무래도 신발을 거꾸로 신을 일은 줄어든다. 눈앞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매만질 수 없으니, 망각의 동물인 인간의 애정이 어찌 퇴색하지 않을까. 변심만 욕할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자녀 교육을 위한답시고 ‘기러기 가족’을 만드는 우리 사회의 교육 풍토는 정말 문제가 많다. 기러기 아빠 가족에 대한 통계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미뤄 짐작하기에 애틋한 잔정들을 함께 공유하는 추억, 그리고 서로의 영혼에 대한 가족으로서의 이해도가 심각하게 부족할 것은 분명하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어찌 그 많은 시간을 깨어진 화병 조각, 이어 붙여도 흔적이 남는, 그런 파편들처럼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될 수 있으면 함께 머물러야 한다. 잠깐씩의 이별이야 만남을 더 풍성하게 하지만 그래도 헤어짐은 좋은 일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성당을 가야 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성당 가는 일이 무거운 짐이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로 여겨진다면 그것은 성숙한 신앙이 아니다.
보고 싶은 신앙의 사촌들을 만나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을 마주 잡아 흔들면서 친교를 나눠야 신앙도 더불어 자란다. 오랜만에 만난 진짜 사촌이 서먹하듯이, 주님과 형제들을 이웃사촌으로 자주 만나지 않으면 우리 신앙도 서먹서먹해진다.
성당에 발길을 끊은 채 신앙을 고민하지 말고, 아무 생각 없어도 좋으니 자주 성당 가서 성체조배도 하고 평일미사도 참례하고 형제자매들과 농담도 나누면 절로 신앙이 커가리라.
‘주일미사만 가면 신자냐?’ 하면서 마치 무슨 깊은 생각이나 있는 양 하는 말들은 대체로 게으름과 무성의에 대한 자기 합리화와 변명일 혐의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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