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아시아 교회 지원에 앞장서자
아시아는 세계 주요 종교의 발상지답게 38억 명 인구 중 이슬람교도가 8억 7천만 명(22.8%), 힌두교도가 8억 3천 1백만 명(21.8%), 유교를 비롯한 중국 민속 종교 신도가 3억 9천 7백만 명(10.4%), 불교도가 3억 6천 7백만 명(9.6%) 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는 아시아가 그 발상지임에도 불구하고 1억 1천 8백만 명, 곧 3.1% 밖에는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필리핀을 제외하면 가톨릭 신자는 5천만 명, 곧 인구의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아시아의 가톨릭 신자들은 그야말로 “작은 양 떼”(루카 12, 32)로 여기 저기 흩어져 살고 있다.
몇몇 나라에서는 교회가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지만, 대다수 다른 나라에서는 교회가 때로는 종교적 이유로, 때로는 정치적 이유로, 제거해야 할 위험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소수 집단인 가톨릭 신자들은 엄청난 긴장과 대립 속에서 박해를 받으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힌두교와 이슬람교 국가들에서 박해가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와 처음 6년 동안 “하느님의 위대한 뜻을 위해 싸운 무명 용사들”(요한 바오로 2세, 「제삼천년기」, 37항)을 차치하고서도 27명이 아시아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살해 당했다.
이들 중 17명이 인도에서, 그리고 나머지는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시베리아, 그리고 필리핀에서 목숨을 잃었다. 수많은 선교사들이 점점 더 신변 안전을 위협 받고 있다. 단 하루도 매스 미디어가 이런 소식을 전하지 않는 날이 없다.
큰 성장 이룬 한국 교회
이 엄연한 아시아의 현실을 바라볼 때 우리는 얼마나 커다란 축복을 받고 있는지 하느님께 감사 드리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5년 한국의 인구 중 불교도가 1천 73만 명(22.8%), 개신교 신자가 862만 명(18.3%), 가톨릭 신자가 515만 명(10.9%), 유교 신도가 10만 명(0.2%), 원불교도가 13만 명(0.3%)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 10년 동안 가톨릭 신자가 74%, 불교도가 4% 증가하고 개신교 신자는 4% 감소한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종교계에서 그 원인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거니와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제 한국은 그리스도교 신자가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여 아시아에서 필리핀 다음으로 높은 그리스도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한국의 그리스도교회는 가톨릭 교회든 개신교회든 더 이상 작은 양 떼가 아니며, 그런 만큼 나라 안팎의 현실에 대해 져야 할 책임 또한 작지 않다. 특히 최근 커다란 성장을 이룩한 가톨릭 교회의 경우 그 책임은 실로 막중한 것이다.
백 년 남짓 혹독한 박해를 겪으며 성장한 한국 교회는 더욱 인간다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다른 종교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일도 원만히 해나가고 있다.
한국 교회는 박해와 고난 속에서도 교회를 꿋꿋이 일으켜 세우고 있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연대성을 보여 주어 이들이 다른 종교 신도들과 효과적으로 대화하는 일을 도와주기에 가장 알맞은 위치에 있지 않을까?
아시아 여러 나라에 선교사를 파견하는 일에 힘쓰면서 이미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선교사들을 지원하는 일, 그곳의 사제와 수도자, 교우 양성을 돕는 일 또한 한국 교회가 앞장서야 할 일이 아닐까?
이러한 일들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은 모든 인간 존엄성의 본질적 요구이며 인권 구조의 모퉁잇돌인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다.
실로 종교의 자유는 평화로운 인간 공존의 본질 요소이다. 아울러 아시아 교회가 소수집단 콤플렉스에 함몰되지 않도록 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소수집단 영성을 계발하여 비록 수는 적지만 초대 교회의 신자들처럼 꿋꿋하고 역동적으로 복음 선교에 나서도록 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예언자란 원래 그 수가 적은 법이다. 오늘 날 아시아의 가톨릭 신자들은 “두려워하지 않고”(요한 6, 20) 자신들의 소수집단으로서 처한 상황에서 적절한 선교 전략을 찾아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에서도 한국 교회는 커다란 몫을 해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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