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을 기념하며, 온 누리에 아기 예수의 축복으로 평화가 임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인류 구원을 위해 당신의 외아드님을 이 세상에 오게 해주신 강생의 신비가 다시금 우리 곁을 찾아오셨습니다.
매년 맞이하는 성탄이지만 그것은 무의미한 반복이 아니라 항상 새롭게 재현되는 무한한 영광의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의 미소는 온갖 불의와 부정으로 얼룩져 어둠과 죄악으로 혼란에 빠져 있는 이 세상을 눈처럼 희게 만드시며,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을 보면서 세상의 가난한 이들은 곁에 오신 예수님으로 인해 어떤 절망과 좌절 속에서도 가슴 속에 희망을 품게 됩니다.
인류의 커다란 기쁨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강생은 인류 전체에게 커다란 기쁨이지만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참된 희망을 갖게 되는 가장 커다란 징표입니다. 무한하신 영광의 왕께서 가장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인간, 나약하고 무기력한 인간, 더군다나 부귀와 명예와 권세도 없이 가축이 머무는 누추한 마굿간에, 짐승들이 먹이를 먹는 구유에 누워 계십니다.
영광의 왕은 스스로 가장 큰 영광을 누리시는 분이시기에 그분이 어디에 머무시든 그것이 결코 그 영광의 빛을 가리지 않으며, 오히려 그분이 지니신 그 영광으로 말미암아 세상은 그분의 영광을 힘입어 높은 영광으로 들어 올림을 받게 됩니다.
우리도 그러합니다. 비록 우리는 모두 죄와 어둠의 세력에 이끌리기 쉽고, 나약하고 무지하기 그지 없지만 그분의 영광에 기대고 그분의 힘에 의탁한다면 어떠한 엄청난 악의 무리에도 대적할 수 있으며, 능히 죄와 악의 권세를 물리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분께서 계시기에,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나누어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분의 영광을 통해서 우리는 그분께서 당신 모상대로 우리를 창조하심으로써 우리가 그분의 은총을 받게 되는 것처럼, 영광의 존재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무한하신 분이 유한한 존재로 강생하듯이, 미약한 인간에서 무한한 하느님의 영광에 함께 참여하는 위대한 존재가 된 것입니다.
그렇게 강생의 신비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원천이 됩니다.
나눔실천의 필요성
우리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나눔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우리에게 나눠주심으로써 우리를 당신의 영광으로 들어 올리셨듯이 우리는 우리가 받은 작은 것들을 함께 나눔으로써 우리는 강생의 신비를 우리의 존재와 삶으로 구현합니다.
강생의 신비를 통해 우리는 가난한 곳으로,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한없이 낮추셔서 우리 곁으로 다가오셨듯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든 교만과 자만심을 버리고, 이기심과 자긍심을 버리고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아니 우리 스스로가 가난하게 되고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해야 하지만 특히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는 더욱 그러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이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 예수님이 세상을 살아가신 방법을 따라가기로 다짐한 사람들이고, 교회는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인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부유한 은총의 부자
만약 교회가 부자의 흉내를 낸다면, 그래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영혼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예수 강생의 참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고 성탄의 기쁨과 영광을 가리는 것입니다.
강생하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당부합니다. 가난한 이들을 돌보라고. 너희 스스로 가난한 이가 되라고 당부하십니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가장 풍요롭고 가장 부유한 은총의 부자가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온 누리와 함께 기뻐하며, 그분의 축복이 온 세상에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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