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성모자애원 햇빛마을에서 일한지도 2년 넘었습니다.
이곳은 가톨릭교회의 정신을 바탕으로 치매, 뇌졸중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을 돕는 노인전문요양시설입니다.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어르신들을 한 분 한 분 떠올려 보며, 제 가슴 한 구석에 아직도 자리 잡고 계신 한 어르신에게 머물렀습니다.
처음 박○○ 어르신을 뵈었을 때 구십이 넘은 연세를 가늠하기가 힘들 정도로 젊게 생활하셨습니다.
풍부한 감정, 힘 있는 목소리, 그 중에서도 제가 아직도 느껴지는 어머니의 첫인상은 하회탈을 닮은 여유로운 웃음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웃으시고 많이 웃으시던 어르신. 늘 즐거운 일들만 생각하시는 듯 웃음을 쉬 그치지 못하시던 어르신이셨습니다.
어느 날부터 허리통증을 호소하시는 일이 많아졌으나 어르신의 미소와 웃음은 줄어들지 않으셨고 저희의 걱정을 어머니께서는 미소로 답해 주셨습니다.
희미한 미소밖에 지을 힘이 없었지만 여전히 큰 미소가 느껴졌습니다. 암이 온 몸에 전위되었음에도 그 깊고 진한 미소로 이기셨나 봅니다.
이 세상 순례길의 마지막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시고 햇빛마을을 기억해 주셨습니다.
미소속의 고통을 함께 느껴보지 못하여 가슴이 아팠지만, 죽음이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목이기에 주님 안에서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으로 작별을 고하며 어머니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 드렸습니다.
어머니를 조금 더 사랑하지 못했음을 많이 후회하지만 그 후회만큼 어머니의 미소를 담아 저마다 하나씩의 고통은 다 가지고 계신 지금의 우리 어르신들께 늘 웃음과 미소로 대하여 그 큰 어머니의 가르침을 실천하겠습니다.
햇빛마을 주간보호센터 생활지도원
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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