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소재, 금기는 아니지만 꽤 불편한 소재인 ‘사채’를 다뤘던 한 TV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세간의 화제와 높은 시청률, 거기에 사채에 대한 경각심이라는 사회적 파급 효과까지 연출했던 드라마였다.
사실 사채는 절실하게 돈이 궁한 사람에게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하지만 종말이야 뻔한 것. 환하게 미소 지으며 ‘무이자, 무이자’로 꼬드기는, 사채업 광고의 연예인들은 씻을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르는 것임을 알고나 있을까.
교회는 재화가 근본적으로 개인의 완전한 소유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잘 활용하라고 맡겨주신 것이지만 원래 하느님의 것이다. 그래서 ‘쩐’은 개인이 온전히 자기만을 위해서 써도 되는 것은 아니다.
교회는 사유재산을 인정한다. 하지만 몇 가지 전제, 혹은 제한이 있다. 우선 소유권은 하느님께 유보된다. 꼭 필요한 만큼 쓰되 남는 것은 다른 사람과 나눠야 한다. 노동의 신성함에 대한 가르침은 자기가 땀 흘려 번 것 이상의 것을 탐해서는 안됨을 일깨운다.
교회는 자본주의가 장점이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결함과 부작용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자본주의가 표방하는 무제한적인 재화 소유와 이용 권리는 교회가 권고하는 가르침이 아니다.
교회의 가르침에 의거할 때, 재화를 착취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채는 죄악이다. 이자는 자신에게 부족한 돈을 빌려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재화 사용 기회의 상실에 대한 일종의 사용료이다. 그런데 사채는 ‘무전’(無錢)이라는 열악한 처지를 약점으로 삼아 부당한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사람을 착취하는, 비록 합법이라 해도 윤리적으로는 범죄 행위이다.
이는 재화가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것임을 고려할 때, 자기 것도 아닌 것으로 남을 착취하는 불의한 행위이다. 필요한 만큼 쓰고 남는 것으로는 남을 도와야 한다거나, 노동의 댓가로 재화를 획득해야 한다는 당부에서 볼 때도 부당하다.
초대교회의 이상은 교회가 따를 길이며 그리스도인이 가야 할 지향점이다. 초대교회의 이상을 허황한 유토피아로 간주한다면 이미 교회는 부패한 것이다.
초대교회는 재화를 공동으로 소유했다. 공산주의는 사랑에 바탕을 둔 공동선에 대한 자발적인 소유의 포기가 아닌 강압적이고 획일적인 공동소유로써 실패했다. 하지만, 초대교회는 모든 것을 내어놓아도 오히려 채워지는 사랑으로써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를 넘어섰다.
자발적 가난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정신적으로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요구된다. 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면, 교회가 부자일 때에는 여지없이 부패했다. 세속의 권력과 과도한 부의 축적을 관심에 둘 때 교회는 비복음적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은 비록 정당한 노력을 통한 재화의 획득이 허용되지만 부당한 재화의 축적을 탐해서는 안된다.
교회는 그 울타리 안에서 재화의 많고 적음으로 하느님 백성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중산층화됐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여러 조사들을 통해 나오고 있다. 교회가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난다는 점에서야 나쁜 일은 아니지만, 가난한 이들의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는 치명적이다.
또 한국교회 안에서도 재화를 빌미로 한 스캔들도 없지 않다. 그 정도와 수준이 미미하다 하여 위험이 적다 할 수 없다. 이래저래 ‘쩐’은 교회 안에서도 조심스럽고 위험한 물건이다.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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