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 사랑 베푸신 예수님 본받자
인권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 ‘인권 감수성’의 계발은 인권교육의 기본이자 목표로 여겨진다.
‘인권 감수성’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다양한 자극이나 사건에 대하여 매우 작은 요소에서도 인권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적용하면서 인권을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인권문제가 재개되어 있는 특정상황에서 그 상황을 인권관련 상황으로 지각하고 해석하며,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인식하는 심리과정이다. 이렇게 ‘인권 감수성’은 인권을 옹호하는 행동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과정이기에 강조된다.
대학에서 인권교육을 하는 필자 역시 학생들에게 ‘인권 감수성’을 일깨워주고 키워주고자 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먼저 한국인만의 독특한 질환이라는 울화병을 많이 앓는 한국 주부들이 누려야 마땅한 인권인 행복추구권과 휴식의 권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고 한다. “나도 주말엔 쉬고 싶다. 친구들과 영화 한 편이라도 보고 싶고, 책방에도 가 보고 싶고, 부엌도 한 주에 한 번이라도 휴업하고 싶다. 방 한 칸을 따로 갖지 못한다면 마음속에라도 방 한 칸 갖고 싶다. 주부이기 이전에 나도 인권이 있는 한 명의 존엄한 인간이다”라는 아주 조용한 절규를 느낄 수 있는가 묻는다.
아울러, 정신지체장애를 포함한 모든 장애를 지닌 이들, 그리고 홀로 남겨진 노인들의 사랑과 성(性)에 대한 권리도 생각해 보자고 한다. 이들은 당연히 홀로 살다가야만 하는가? 이들에게 이러한 행복추구권은 애당초 없거나 시효가 이미 지난 것인가라고 묻는다.
TV 사극들도 ‘인권 감수성’ 교육의 좋은 교재이다.
말을 탄 장군을 따라서 발이 불편한 군화와 녹슨 창 하나 들고 늘 마라톤을 해야 하는 수많은 보병들에게도 눈을 돌려보자고 권한다. 그들에게 과연 그 전쟁은 무슨 커다란 의미가 있을까? 곧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나온 고향의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에도 사로잡힌 채 목숨 바쳐 달리는 가엾은 그 병사들도 왕이나 장군과 똑같이 존엄한 인간들 아닌가? 칼과 화살에 맞아 쓰러져가는 무명의 병사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그들의 애끓는 가족들, 그 약속과 기다림과 절망을 우리는 드라마 속에서 함께 읽어야 하진 않을까라고 묻는다.
이렇듯 ‘인권 감수성’은 평소의 우리로 하여금 중심에서 주변으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그리고 머리에서 가슴으로 여행하게 한다. 말 등에서도 내려와 보게 한다.
우리는 남들이 ‘작은 것’이라고 여기는 것들에서 자주 슬퍼하고 자주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작은 것’은 결코 ‘작은’게 아니다.
예수님도 ‘인권 감수성’을 무척이나 많이 가지신 분이셨다. 예수님은 오로지 “너희가 이 지극히 작은 내 형제들, 이 지극히 불쌍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에게 잘 해 주었을 때마다 나에게 잘해준 것이다”라고 하셨다.
예수님은 나자로의 죽음 앞에서 크게 흐느끼셨고, 병자들을 가엾이 여기시고 그 처지를 진정으로 가슴 아파하시어 치유해 주셨으며, 창녀였던 막달라 마리아를 진정으로 연민을 갖고 깊이 사랑하셨다. 세상이 보잘것 없게 여겨 인정받지 못했던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세상에 대해 대신 외치시며 진정으로 그들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셨다.
예수님처럼 우리도 ‘지극히 불쌍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에게 잘 해 주는 것’을 통해서 ‘신앙’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인권 감수성’은 우리로 하여금 누가 ‘지극히 불쌍한 사람들’인지를 느끼고 깨달아 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도와준다.
예를 들면, 노숙자들 중에서도 성폭력까지 당하는 여성 노숙자들, 환자들 중에서도 에이즈 및 한센병 환자들, “차례로 줄 서시오”라는 말에서도 상처받는 휠체어 장애인들, ‘벙어리 냉가슴’을 진짜로 앓는 청각 장애인들,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용어부터가 모순인 소년소녀가장들, 초등학교 때부터 왕따 당하기 시작하는 이주노동자 자녀들, 이미 좌절해 버린 수많은 청년?중년 실업자들. 이런 문제들은 곧 ‘인권 문제’이다.
우리는 예수님처럼 그들에 대해 진정으로 가슴 아파하고, 그들에게 해방을 선포하신 예수님을 따르는 일, 이것이 곧 ‘신앙’아닌가. 그렇기에 ‘신앙’과 ‘인권 감수성’은 함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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