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얼마 있으면 대선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조금 늦게 내년 1월 3일 아이오와주의 코커스(당원대회)를 출발점으로 대선 레이스에 본격 돌입한다. 미국 대선이 우리와 다른 점은 정책 선거라는 점이다.
대선 후보자들은 최선의 정책을 만들어 이를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데 사활을 건다. 그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에 부러움을 느끼면서, 미국 대선의 주요한 이슈들이 궁금해졌다. 이번 미 대선에서 핫이슈들은 이라크 전쟁, 이란정책, 테러문제들이고 경제면에서는 세금, 재정적자, 통상정책, 환경 문제, 사회적으로는 의료보험과 사회보장제도, 이민, 교육정책들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생명윤리 문제도 그에 못지않은 뜨거운 논란이라고 생각된다. 낙태와 동성애 문제가 그것이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그 논란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동성애 문제이다. 그런데, 동성애에 대한 논쟁은 개인 윤리적 차원보다는 정치적, 사회적 측면에 집중해 있다. 즉,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회적 입장의 결정에 관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동성애자들에 대해서 이성애자들과 동등한 사회적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더 구체적으로, 이성의 결합을 혼인으로 인정하듯이, 동성애자들의 결합에 똑같은 사회적 권리를 인정해주느냐 하는 것이다.
이미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진행돼 왔고, 일부에서는 동성애자들의 결합을 전통적인 의미의 혼인과 같은 것으로 간주해 똑같은 법적 지위를 부여했거나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보편교회, 즉 교황청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움직임에 기인한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 사회와 특히 한국 천주교회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남의 나라 일로 그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안)에는 금지 대상이 되는 차별 범위 20개 항목 안에 ‘성적 지향’이 포함돼 있었고 이는 곧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없앤다는 뜻, 이는 곧 동성애를 ‘성적 지향’으로서 사회적으로 용납한다는 의미가 된다.
비록 20개 항목 중에서 7개 정도의 항목이 삭제되면서 ‘성적 지향’도 삭제되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내달 초 정확한 입장이 발표될 예정이고, 거기서 삭제된 것이 확실시된다고 해도 ‘다음 기회’에는 얼마든지 삽입될 개연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동성애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윤리적으로 ‘객관적 무질서’라는 입장은 이미 여러 차례 교황청의 각종 문헌을 통해 확인됐다. 동성애자를 적대시하고 차별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역으로 동성애가 윤리적으로 인정되는 성적 취향의 문제라는 태도 역시 잘못이라는 것이 교회의 입장이다.
어찌 보면, 교회는 딜레마에 있다.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이 동성애자들이 처한 현실이라면 그것에 대해서 윤리적으로 단죄할 수만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무질서’에 대해 인정하고 수용할 수도 없다.
가려져 있던 동성애 문제가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이는 주요한 사목적 현안의 하나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사목적 대응이 필요할 때이다. 한국 교회는 이제 한국 사회 안에서 큰 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동성애자 사목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할 때이다. 더 이상 외면하고 덮어 둘 일이 아니다.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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