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애독자 여러분께, 역사를 주재하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풍성한 은총과 평화를 기원하며 새해 인사를 올립니다.
“너무도 오래 묵묵했다. 눈이 있어도 못 보았다. 귀가 있어도 못 들었고 입이 있어도 말 못했고 손이 있어도 못 적었다. 알고 싶다. 교회사정 전하고 싶다. 이리저리 진리로써 인간 불순 복멸하여 승전고를 울려 보자.”(1927년 4월 1일 가톨릭신문 창간 인사 中에서)
2007년은 가톨릭신문과 애독자 여러분들께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해입니다. 우리 민족이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 아래에서 신음하고 신앙의 빛마저 폭압에 가리워져 있던 1927년 4월 1일, 가톨릭신문의 전신인 ‘천주교 회보’가 태어 난지 꼭 8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입니다.
민족사 안에서 가장 격동의 시간들로 기억되는 지난 80년 동안 가톨릭신문은 민족과 교회의 귀와 입과 손으로서, 민족 복음화의 전령이 되고자 불철주야 노력해 왔기에 80주년 기념의 해는 저희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가톨릭신문은 이 역사적인 창간 80주년 기념의 시기를 ‘경축’과 ‘쇄신’의 해로 지내고자 합니다. ‘경축’은 과거의 사건을 단지 회고하고 서로 축하하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복음의 눈으로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를 진단하며, 더욱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한 노력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교적인 경축의 모범을 미사에서 발견합니다. 미사는 과거의 십자가상 제사를 기억하는데 그치지 않고 매번 새롭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까지도 희망을 불어넣어줍니다. 그래서 경축은 과거, 현재와 미래가 긴밀하게 연결되고,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는 우리 스스로의 투신을 요구합니다. 그 투신은 바로 ‘쇄신’의 요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쇄신의 요청을 우리는 이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부터 받았습니다. 세상과 시대의 변화에 적응함으로써 현대교회의 복음 선포의 새 장을 열었던 공의회의 가장 중요한 구호는 바로 ‘쇄신’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수 십 년이 지난 2000년 대희년에 교회는 또 다시 ‘쇄신’의 요청을 스스로에게 발했습니다. 승하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성하께서는 대희년을 준비하는 교서 ‘제삼천년기’를 통해 대희년을 지내는 하느님 백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내적 성숙과 쇄신’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톨릭신문은 올 한 해 동안 창간 80주년이 참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깊이 성찰하고 스스로를 쇄신하면서, 우리 민족과 교회 앞에서 가톨릭 언론으로서의 소명과 역할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 한 가지 과제로서 저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이 과연 이 땅과 하느님 백성 안에 얼마나 실현돼 왔는지를 성찰해 볼 것입니다. 이미 공의회가 폐막 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은 한국교회는 물론 보편교회 전체가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공의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그 한국적 적용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의안, 그리고 각 교구에서 연이어 개최된 교구 시노드의 성과들을 중심으로 한국 교회의 주요 현안들을 총망라해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 사목의 전망을 모색해 볼 것입니다.
또한 공의회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섭리를 더욱 구체적으로 궁구하며, 나아가 한국교회 사목 전반의 쇄신을 촉구해 볼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저희는 초대 교회 공동체의 ‘나눔’의 정신을 구현하는 다양한 사랑 나눔의 실천을 모색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눔’을 쓰고 남는 것을 나누는, 잉여분의 증여로서 가르치시지 않았습니다. 사랑의 자연스러운 발로이며 신앙인의 특별한 의무인 ‘나눔’은 그 자체로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양식입니다. 신앙인이라면 ‘나눔’이 삶 자체이어야 합니다.
이미 가톨릭신문은 2006년부터 뜻있는 기업과 함께 사랑 나눔의 일환으로서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재화의 나눔으로서 기부문화 운동, 노력과 시간의 나눔으로서 자원봉사운동을 실천하는 ‘천사 운동’을 시작합니다. 교회의 삶은 곧 나눔의 삶이며, 가톨릭신문 80년의 역사 안에서도 나눔의 실천은 신문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였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모든 그리스도인들, 나아가 많은 국민들이 이 사랑 나눔의 행렬에 함께 해준다면 창간 80주년을 가장 뜻 깊게 해주는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가톨릭신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아시아의 개별 교회들과 여러 나라들이 아시아 복음화의 기치 아래 연대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저희는 이미 지난 1년 동안 ‘아시아 교회, 연대를 향하여’라는 구호 아래 아시아 각국 교회를 직접 찾아가 아시아 교회들 간의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해왔습니다.
지금까지가 개별 교회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연대의 실현과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설 때입니다. 연대를 위해서는 먼저 자주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협력해 일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시아의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며, 중국 선교를 비롯한 아시아 복음화의 미래를 향한 전망을 함께 나눌 기회를 만들 것입니다.
가톨릭신문의 80년 역사는 한국 천주교회 근현대사를 함께 해 온 증거의 발자취입니다. 결코 쉽지 않았던 가톨릭 언론으로서의 발걸음은 이제 80년을 지나며 100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의회를 통해 교회가 세상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스스로를 쇄신하면서 세상에 적응함으로써 현대 세계에 새롭게 복음을 선포하도록 요청한 것과 같이,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수님께서는 가톨릭신문에게 교회와 세상을 향해 구원의 소식을 전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이라고 요구하고 계십니다.
가톨릭신문사 임직원 모두는 창간 80주년을 경축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쇄신하기를 다짐하면서, 그간 80년 역사를 함께 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가슴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가톨릭신문 창간 80주년을 맞는 뜻 깊은 새해,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빌며, 여러분이 주시는 기대에 부응하는 명실상부한 가톨릭 언론으로 더욱 성숙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1월 1일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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