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교와 종교인에게 있어서 종교적 확신과 믿음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그 믿음대로 살아가도록 촉구하는 것은 본질적인 소명이다.
선교는 그래서 종교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며, 종교 자체의 존재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종교인들이 선교 활동을 하는 것은 전혀 흠이 되는 것이 아니며 이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종교의 선교활동이 오로지 세력을 확장하고 양적인 확대만을 목적으로 할 때 이는 근본적으로 종교의 본질을 왜곡하게 된다. 나아가 현실적으로도 팽창과 성장에 대한 몰두가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우리는 그 사례를 이미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 종교계의 현황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즉, 한국의 소위 ‘종교 시장’ 안에서 선교에 관한한 높은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자부하며, 선교를 위한 많은 연구와 방법론을 계발하고 실시해온 한국의 개신교가 선교에 소극적이고 미온적이라고 평가되는 천주교회의 성장에 크게 못미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세가 감소했던 것이다.
이 조사 결과를 두고 한국 천주교회는 크게 고무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개신교 안에서는 지금까지의 선교 정책과 방법론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한편 천주교회의 성장 요인들을 분석하는 다양한 움직임들이 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한국 천주교회는 이러한 성장주의의 폐해에서 예외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70년대와 80년대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한국 천주교회는 90년대 이후 성장 속도의 둔화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이제는 개신교의 선교 전략과 방법에 버금가는 공격적인 선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의 커다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적극적인 선교의 노력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며 이를 획일적으로 성장주의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백성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어떤 것이 참된 선교 활동이며, 어떤 것이 성장주의에 매몰된 양적 팽창의 시도인가 하는 것이다.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자기는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에게 내 신앙을 강변하는 것은 결코 선교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되어야 그것이 바로 참된 선교가 될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설명과 설교는 설득력을 잃었다. 중요한 것은 삶의 체험과 실천을 통한 증거이며, 이는 스스로의 쇄신과 변화를 통해 나타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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