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리아 항구 근처에 파로스라는 작은 섬이 있다. 지금은 남아 있지 않지만 이 섬에는 대리석으로 된 135m 높이의 등대가 있었다. 이 등대는 헬레니즘 시대 말기와 로마 제정 시대에 만들어진 7가지의 경이로운 건축과 조상(彫像)을 일컫는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다.
BC 250년경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2세가 세운 이 등대는 램프 뒤쪽의 반사경으로 비치는 불길을 40km가 넘는 거리의 먼 바다에서도 충분히 볼 수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는 인천 팔미도에 세워졌다. 등대 이전에는 횃불, 봉화 등으로 선박들의 항해를 도왔는데, 1902년에 처음으로 인천에 해관등대국을 설치했다.
요즘은 워낙 항해 기술이 발달되어 첨단 기술로 무장한 선박들에게 등대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배들은 칠흑 같은 밤바다를 항해하면서 등대 불빛을 벗삼게 마련이다.
등대를 바라보는 배처럼, 우리는 모두 한 두 가지씩 인생 항로의 지표들을 지니고 있다. 누구에게는 그것이 가족일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오직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항해의 유일한 기준이다.
밤바다에서 등대가 길을 밝혀주듯이, 각자 지닌 이 지표들은 인생 항로의 길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에게는 그 지표가 삶의 의미를 주는 것이기에, 어떤 지표를 삶의 등대로 삼는가를 두고 제삼자가 옳고 그르고를 따질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과연 내 지표가 채 100년도 안되는 내 삶의 참된 등불일 수 있는지 곰곰이 성찰해야 한다. 등대 불빛을 잘못 보고 그릇된 길로 나아가면, 암초에 좌초되고 급기야는 난파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등대 불빛으로 삼을 것인지는 그래서 중요하다. 신앙인의 등대는 당연히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리스도는 유일한 참된 등대이다. 그 등대의 불빛은 매우 밝고 찬란해서 아무리 먼 곳에서 항해하는 선박이라도 능히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등대가 인도하는 길에는 암초가 없다. 비록 날씨가 궂어 비가 내리고, 때로는 강한 바람으로 파도가 거세다 해도 믿음으로 가는 길은 절대로 좌초하지 않는다. 주님께서는 길을 보여주실 뿐만 아니라 파도에 흔들리는 배를 잡아주기까지 하신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내 빛을 따라오라고 이야기하시는데 그치지 않는다. 빛을 따라올 뿐만 아니라 스스로 빛이 되라고 말씀하신다. 생명의 빛을 받아 스스로 빛이 되라 하신다. 빛으로 우리를 인도하시는 주님은 우리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라”(마태오 5,13~16 참조)고 권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등대를 보고 갈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다른 배의 등대가 된다.
다시 또 새해다.
시간의 켜가 쌓여갈수록 우리가 쌓아가는 성덕의 무게가 주님의 눈에 들도록 노력하자.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오 5, 16)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