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잃어 버렸습니다. “어디로 갔지?” 구석구석 찾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홀가분해지기까지 했습니다.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더 걱정을 하며 찾아주려고 애를 썼습니다. “나도 잃어 보았지만 보통 아쉬운 게 아니에요.”
이 말을 들을 때는 “그 핸드폰은 골치 덩어리였어요. 몇 달 전 바꾸었는데, 문자를 보내는 것도 전에 사용하던 것과 달라서 헤매고, 소리도 안 들려 번번이 중요한 전화도 못 받고!”
‘찾겠지’하고 사나흘 보냈습니다. 그런데 소통이 되지 않으니 모든 게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보다 연락할 사람들이 더 막막해하고 답답해합니다. 그 때서야, 먼저 잃어버린 사람의 말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도 결국은 소통입니다. 내가 ‘참으로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스스로 비명을 삼킬 때, 나는 주께서 함께 하심을 잊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과의 대화에 코드를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내 부주의로 말미암아, 미약함으로 말미암아.
핸드폰을 새로 준비하면서, 이제 절대로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결심합니다. 그러나 어쩔까요? 잃어버린 기억 속에 저장해둔 그리운 이들의 연락처, 쉽게 지워버릴 수 없었던 그들의 문자, 붙들고 싶은 시간들.
닷새 만에 개통했습니다. 황송하옵게도 하느님이 먼저 전화를 주셨습니다. ‘일요한담’에 너의 세상살이를 얘기해 줄 수 있냐고 말입니다.
여전히 소통과 대화에 미숙한 저에게 그 부족함을 채워주고 싶었나 봅니다. “예, 주님! 제가 사랑해야할 모든 이들과 참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김정인 (아녜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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