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은 사랑이 살아 있었다. 예년에 비해 나누는 것에 인색했던 지난 한해였지만 그래도 나눔은 계속된 것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차갑게만 보이는 우리들 가슴 깊숙이에 ‘사랑’이라는 뜨거운 정(情)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하는 신학생들을 위해 30년간 농사를 지으며 힘들게 모은 전 재산을 내놓는가 하면 소외된 이웃의 결혼식을 위해 20년이 넘게 해마다 수차례 웨딩드레스를 협찬하는 등 종류와 정성만 차이가 났을 뿐 그 마음은 한결같이 ‘나눔’ 그 자체였다.
지난 2006년은 전반적으로 경제가 침체돼 모든 것이 웅크린 자세로 보낸 힘든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가진 것을 내 놓는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모두가 움켜쥐고 살아왔다. 있는 사람은 더 모으려고 내놓을 줄 몰랐고, 없는 사람은 없어서 내 놓을 줄 몰랐다.
성탄절이나 연말에 일년에 한번이라도 복지시설 등을 찾아오던 사람들도 발길을 끊었고, 정부의 지원마저 예년에 비해 초라하기만 했다. 그래서 나눔이 더욱 필요한 때였다.
나눔은 그리스도인들이 꼭 해야만 하는 ‘선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서로 사랑하라고 우리에게 큰 사명을 주셨는데 그 사랑이 곧 나눔이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지 않고 소외된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신자들의 삶을 보고 성당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믿지 않는 사람을 직접 찾아나서는 직접선교도 물론 큰 효과를 내고 있지만 신자로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통해 많은 이들이 성당을 스스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헌신적으로 베푸는 모습, 비록 가진 것은 없을지라도 온몸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통해 큰 감동을 받는다는 것이다.
나눔은 물질적으로만 나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가진 것이 많든 적든 우리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이 없는데 어떻게 남을 도울 수 있냐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은 꼭 재산을 나누는 물질적인 나눔만 최고가 아닌 것이다. 마음과 정성을 다해 이웃을 돕는 것 또한 진정한 나눔인 것이다.
오늘 내 주위에 있는 소외된 이들을 한번 둘러보자.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이 있다면 다가가서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해주고, 말벗도 되어주고 청소도 해주고, 여유가 된다면 따뜻한 밥이라도 함께 나누자. 나눔은 실천할 때 빛이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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