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서에 맞는 복음화 이룩하자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대륙답게 다양한 고유 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토마스 사도가 직접 선교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 남부를 제외하면 아시아 선교는 포르투갈 신자들에 의해 16세기에 와서야 시작되었다.
이후 500년 가까이 선교를 위해 노력했는데도 교회는 아시아 인구의 3%에 불과하며, 필리핀을 제외하면 사람들의 머리 속에 여전히 외국 종교로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식민 세력과 결부된 존재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 문화와 복음 육화 시급
이들은 교회가 그 동안 외국의 지원을 받아 벌여 온 교육 사업과 자선 사업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많은 경우 그 동기를 의구심을 갖고 바라본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업들이 복음선교를 촉진하는 방안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교회의 자선 활동이 개종을 권유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거니와 그렇다고 해서 자선 활동을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접어 두고 수행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베네딕토 16세,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31항 참조)
이러한 현실은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문화에 복음을 육화하는 작업이 시급함을 알려 준다. 그것은 아시아 각국에서 경제 성장과 아울러 점차 강화되고 있는 자기 뿌리를 찾아 그 위에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경향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일부에서 교회에 대해 갖고 있는 그릇된 인상, 곧 교회가 아시아에서 문화적으로 이방인이라는 인상을 지워 버리기 위해서도 시급히 필요하다.
이 점에 있어서 아시아 교회의 첫째가는 임무는 가톨릭 교회의 아시아적 뿌리를 바탕으로 하여 아시아 얼굴을 한 가톨리시즘을 아시아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아시아 얼굴을 되찾아 다양한 아시아적 이미지와 상징을 이용해 그리스도를 아시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이러한 임무에 잘 어울리는 일일 것이다.
물론 이 일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유의해야 할 것은 “복음에 합치되고 보편 교회에 일치한다”(요한 바오로 2세, 「교회의 선교사명」, 54항)는 것이다. 또한 이 일은 결코 우리 신앙의 고유성과 순수성을 손상하지 않아야 하며 소수의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하느님 백성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이 일이 사목적으로 의미를 지니려면 거룩한 생활의 증언을 토대로 해야 한다. “아시아 사람들은 지적 논쟁보다는 생활의 거룩함에 더욱 더 감동받기 때문이다.” (요한 바오로 2세, 「아시아 교회」, 42항)
한국 교회의 토착화 노력
외국 선교사가 아니라 한국인에 의해 교회가 세워진 지 200년이 훨씬 지난 오늘 한국인들은 과연 우리 교회를 한국적이라고 할까, 아니면 외국적이라고 할까? 우리는 과연 한국 문화의 요소들을 이용해 그리스도를 한국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우리 문화에 복음을 육화하는 작업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
우리 문화에 복음을 육화하는 작업, 그것은 이 땅의 교회와 문화가 만나서 융합하는 과정, 서로 변화시키고 변화되는 과정이다. 그것은 새로운 복음화의 중심이며 수단이요 목적이다. 그것은 한국 문화를 발전시킴과 동시에 보편 교회의 문화를 풍요롭게 한다. 주교회의가 오랜 연구를 거쳐 개발한 가톨릭 상장예식은 그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가락에 맞춰 바치는 연도는 한국 교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위령기도로 보편 교회의 장례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밖에 전례를 비롯해 여러 문화 분야에서 복음을 육화하는 일이 아직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재작년부터 해마다 성가 합창제를 열고 작년에는 「우리 성가」 노랫말을 공모한 데 이어 올해에는 선정된 노랫말에 대한 작곡을 공모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일에 그 나름대로 이바지하려는 뜻에서다.
즉, 미력이나마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한국인의 정서에서 우러나 한국인의 심성에 알맞은 성가를 개발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 일에 하느님께서 축복을 내리시어 많은 이들이 참여한 가운데 바람직한 결실을 거두게 하시길 기원해 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