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를 흥미롭게 관람했다. 영화의 원래 의도는 차치하고 “옷 입는 것이 그렇게나 중요한가?”라는 의문을 새삼스레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악마’로 여겨지는 패션잡지 편집장의 위세와 권력이 평소 옷은 그저 추위를 막고 치부를 가리는 도구로만 알고 있는 필자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성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 하며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귀하게 여겼지만, 이제는 전신 성형이라는 말을 흔하게 들을 정도로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은 바뀌었다.
‘미녀는 괴로워’라는 영화도 봤다. 어떤 평론가는 이 영화를 ‘웃기면서 은근히 부아를 돋우는 성형 찬가’이고 ‘결국 예뻐야 한다는 얘기?’라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필자는 솔직한 영화라는 생각과 함께, 성형을 권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는, 수없이 문제 제기를 한다 해도 결국 현실적으로는 우리가 성형을 필요로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고백에 호감을 갖게 됐다.
대사도 재기발랄하다. 뚱녀 한나에게 친구가 하는 말. 세상에는 세 종류의 여자가 있어. 예쁜 여자, 명품이지. 나같이 평범한 여자, 진품이야.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는 반품이야.
영화는 얼굴이 못생겨도 맘이 예쁘면 된다는 식의 시대착오적인 이념을 관객에게 강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를 두고 또 다른 한 평론가는 말했다. “예쁜 것은 권력이다. 대중 영화가 억지 안 부리고 현상의 한계에 씁쓸하게 머무는 것, 난 괜찮다고 본다.”
문제는 여기다. 문제는 대중 영화가 현실을 적극 반영하는 것에 있지 않고, 현실이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씁쓸한 것이다.
좀 생뚱맞은 의문도 생긴다. 우리는 ‘육신의 부활’을 믿는다. 그러면 성형 수술을 한 사람은? 비싼 돈 들여서, 뼈와 살을 깎는 고통 끝에 얻은 예쁜 얼굴과 몸매는 모두 괜한 수고가 되는 것일까?
어쨌든, 오늘날 성형 수술은 이미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용인된다. 과도한 외모지상주의에 압도된 허영심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신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도 비난할 일은 아닌 듯하다. 하느님은 영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육체도 귀한 선물로 주셨기 때문에.
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우선적인 관심사는 육체적 성형보다는 마음의 성형이 아닐까 싶다. 병에 걸리거나 해서 망가진 외모가 아닌 담에야 과연 누구 얼굴이 그리도 못생겼을까. 미의 기준 자체가 대부분 주관적인 것이기에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결코 칼을 대서까지 성형을 해야 할 이유는 별로 없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일게다. 사실은 아름답게 창조된 자신을 못났다고 생각하는 정신적 열등감을 고치는 마음의 성형이 먼저 필요한 일이다.
성형 수술을 하려는 사람이 코는 누구, 입은 누구 닮게 해주세요 하듯이, 마음의 성형을 하려는 사람은 믿음은 성모 마리아, 성품은 성 프란치스코, 자선은 마더 데레사를 닮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하자.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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