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인 면에서 자주 사회 문제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지나친 소비주의이다. 이러한 비판은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대한 성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원색적으로 말하자면, 누구는 자기 몸 하나 뉠 공간도 없어 지하철역을 떠도는데, 누구는 수십억 짜리 초호화판 빌라에 살고, 누구는 끼니 걱정에 눈을 못 붙이는데, 누구는 한 벌에 수백만 원씩 하는 옷을 걸치고 다니는 불공평한 사회에 대한 불만이다.
교회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사적 이익의 추구와 사유 재산의 자유로운 소비를 인정한다. 하지만 결코 이것들이 무제한적으로 용납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과 경제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 가능한가?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해 답하려고 할 때, 사적 이익의 추구에 대해 우선적으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의 행위든 결코 윤리적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더 데레사의 자선과 강도의 도적질은 각각의 입장에서는,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사적 이익의 추구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행위가 천차만별의 평가를 받듯, 사적 이익의 추구를 인정한다는 사실 자체가 모든 행위가 용납될 수 있다는 증빙은 되지 못한다. 사유재산과 사적 이익의 추구가 자본주의 사회와 시장 경제의 바탕을 이루는 근본 원칙이지만 이는 윤리적 질서와 기준을 전제한다.
자유로운 시장경제에 대한 가장 흔한 착각 중의 하나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영역은 객관적인 법칙에 따라 운영되며, 무조건적인 이익 추구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거나 다른 사회적 목적이 저해되는 나머지 사회 영역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과도하게 부유해지고, 어떤 사람들은 한 끼 먹기도 힘들어진 현상이 사적 이익의 무한 추구와는 아무 상관없고, 자본주의 및 시장경제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착각이다. 경제발전이 가져오는 많은 변화들이 필연적인 것이며, 윤리적 판단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착각이다.
가톨릭교회는 이러한 현상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시장 경제 체제가 지니고 있는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형제적 사랑에 바탕을 둔 자선의 덕을 제시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첫 회칙 ‘하느님은 사랑’(Deus Caritas Est)에서 “정의로운 사회 질서와 국가 질서의 건설은 모든 세대가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가장 중대한 임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물론 교회가 이 과제를 직접적으로 관여해 수행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제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것이고, 정의로운 사회는 교회가 아닌 정치를 통해 실현돼야 하지만, 교회는 공동선의 요구에 마음을 열고 의지를 불러일으키도록 정의증진을 위한 활동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래서 교황은 “가장 정의로운 사회에서도 사랑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제한적인 사적 이익의 추구, 사랑의 결핍이 자주 드러나는 현대 세계와 사회 안에서 우리는 “사랑의 봉사가 필요 없을 만큼 정의로운 국가 질서는 없다. 사랑을 제거하려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사람도 그렇게 제거할 수 있다”는 교황의 경고를 분명하게 되새겨야 한다.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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