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생명윤리 연구·교육 매진
지난 회 칼럼의 주제가 뇌사에 관한 것이었으니,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번 칼럼의 주제는 장기이식일거라고 예상했을 법하다.
장기이식의 유용성이 뇌사 찬반 논의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흔히 장기이식은 뇌사와 함께 논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장기이식에 관한 논의를 다음 회 칼럼으로 미루고 이번 회에는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가 1월 15일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제 1회 생명의 신비상’시상식에서 인문과학분야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제정한 이 상이 연구소가 지난 5년간 펼쳐왔던 활동에 대한 대외적인 인정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연구소의 일원인 필자에게도 뜻 깊은 일이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http://lib.cuk.ac.kr/bioethic)는 우리나라 대학에 최초로 설립된 생명윤리 전문 연구소로서 지난 2002년 봄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에 설립되었다. 설립 이래 연구소는 가톨릭 생명윤리에 관한 연구와 교육에 매진해 왔다. 윤리신학과 철학, 윤리학, 의학, 간호학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원들은 공동 연구를 통해 논문을 저술하고 생명윤리 지침을 만드는 등 가톨릭 생명윤리에 입각한 연구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05년과 이듬해에는 연구소 주최로 외국 연자들을 초청, 국제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연구소 도서관이 국내 타기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충실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는 점 또한 연구소의 자랑거리이다.
이번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2005년 발표 논문인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 현행 법률의 반생명적 조항들을 고발해 법개정의 당위성과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교육 분야에서,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는 2002~2005년 기간에 생명윤리 단기연수 과정(총 6회)을 운영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연구소는 2003년 가톨릭대 대학원에 의학윤리 협동과정(석사)을 개설하여 지금까지 30여명의 대학원생이 학위 과정을 마쳤거나 밟고 있다.
그간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가 여러 성과들을 낼 수 있었던 까닭은 연구소장인 김중호 교수 신부님의 리더십과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김중호 신부님과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를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신부님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사십년 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다시 신학대학에 입학하여 1973년 신부가 된,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 신부님이다. 젊은 시절 군의관으로 월남전에 참전하기도 했던 그는 1980년대 미국에 3년간 유학, 휴스턴의 성요셉 병원 및 워싱턴 D.C. 소재 케네디윤리연구소에서 생명윤리를 전공하였다. 귀국 후 이십년 동안 가톨릭의대에서 교수로 봉직하면서 학생들에게 생명윤리를 가르쳤다. 생명윤리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씨앗을 뿌린 선구자였다.
필자는 미식가, 스포츠맨, 영화 매니아인 그를 십년 전부터 알고 지내고 있다. 한번은 그가 해묵은 자신의 여권들 페이지마다 찍혀 있는, 서로 다른 빛깔과 모양의 입국 스탬프들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본 필자가 마치 그 분의 젊은 시절을 축약해서 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세월이 흘렀고 세상이 변했다. 전국 의과대학에 의료윤리 강좌가 개설됐고, 이제 모든 의대생이 의료윤리를 정식 과목으로 배운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김신부님의 반복된 지적대로, 비전문가에 의한 생명윤리 교육이란 한계가 있음은 분명하다.
이번 ‘생명의 신비상’수상과 함께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앞으로 연구소에 거는 필자의 기대가 남다르다.
구영모 교수 (울산대 의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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