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전 일입니다만, 문상을 다녀오다가 주유등에 빨간불이 켜진 채 깊은 산길을 운전한 적이 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인가도 없는 밤 1시의 꼬부랑길은 ‘전설의 고향’처럼 안개도 자욱하고 으스스했지요. 그런 곳에서 별안간 차가 멈추어 선다면?
고층을 오르던 엘리베이터가 고장으로 멈춰서는 바람에 매우 당황한 적도 있습니다. 순식간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멎을 것 같았습니다. 불이 꺼지고 환풍기, 에어컨도 멈춘 엘리베이터는 그저 사방을 못질한 꽉 막힌 상자 속에 지나지 않더군요.
차에 갇힌 적도 있습니다. 나는 일행이 돌아올 때까지 잊혀진 채 땡볕의 차 안에 있어야할 줄 알았습니다. 차 주인은 모두 내린 줄 알고 멀찍이 전자키로 삑~하고 잠그고 사라졌으니까요.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저들은 아마 내가 먼저 내려서 다른 일행과 섞여 있는 줄 알고 찾지 않을 것이고, 난 꼼짝없이 갇혔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차문은 열 수 있었고, 가방에는 핸드폰도 있어서 내 존재를 충분히 알릴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왜 나는 오독(誤讀)을 했을까요. 폐쇄공포증이라고 하기에는 내 의연함에 문제가 더 커서 위기에 한없이 미약한 내 모습을 봅니다. 이 일 말고도 내가 잘못 알고 살아온 것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안돼!’하고 스스로 미리 가두는 습성, 어쩌면 더 소중한 것들이 내 의식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구하라 얻을 것이요’는 이미 주님께서 주신 것임을 확실히 알아야겠습니다. 모든 창조는 행동으로 이루어지고, ‘선각자’들은 그 행동이 이루어졌음을 압니다.
김정인(아녜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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