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피해 입는 농민고통 나누자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 특히 현대의 가난한 사람과 고통에 신음하는 모든 사람들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도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번뇌인 것이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사목헌장>1항 참조)
교회가 이 사회의 소외되고 고통 받고 있는 이들에게 우선적인 선택을 해야한다. 이 우선적인 선택의 대상이 바로 농민이 아닌가 싶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이하 FTA)이 진행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농민들이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왜 반대하는가
농민들이 왜 이렇게 반대를 하고 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한미 FTA가 미국의 요구대로 체결된다면 우리 농업은 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FTA를 통해 우리가 얻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자세하게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이고 잃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공개하고 있지 않다. 아울러 한 언론의 한미 FTA 체결 추진 국민 여론 조사시 한미 FTA 조속 추진 찬성이 21.6%, 반대가 65%로 나왔는데도 왜 정부는 사생결단 식으로 체결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FTA를 맺은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온두라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체결 이후 15년 만에 쌀 생산 기반의 87%가 감소되었고, 멕시코는 농산물 수입이 101%로 증가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이 FTA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것이다. 스위스는 “농업을 완전 개방하느니 미국과의 FTA를 추진하지 않겠다”며 미국과의 FTA를 중단하였고, 일본도 싱가폴, 멕시코 2개국과의 협정만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 정부는 이렇게 빠르게 한 미 FTA를 진행시키려 하는가. 일례로 주로 과수분야의 피해가 집중된 칠레와의 FTA 협상기간이 3년이었는데 세계 최강 미국과 그것도 협상품목이 1만 여개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1년 만에 협상한다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도 큰 타격을 입는 사람은 농민들이다.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농업부문에서의 협상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미 간의 주요 농정지표를 비교해 보면 전체 경지 면적은 우리나라 보다 미국이 105배, 전체 국토면적 중 경지 면적 비율은 2배, 곡물 생산량은 54배, 농가 1인당 경지 면적은 58배, 농업 종사자 1인당 소득은 4배, 농산물 수출액은 35배나 된다. 그리고 농축산물 가격을 비교해 보면 쌀은 우리나라보다 4.5배, 쇠고기(냉동)는 3.6배, 사과는 4배, 대두(콩)는 11배나 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농업 부문의 피해 규모를 보면 쌀 제외시 농업 총생산액 2조3000억원이 감소하고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할 시 8조3000억원이 추가로 감소하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미 FTA 체결시 농업 부문의 미래는 암울하다. 350만 농민은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5000년의 역사 속에서 민족의 혼을 불어 넣고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 내는 농민들의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이것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된다.
교회가 함께 하자
이렇듯 대다수의 국민이 한미 FTA를 우려하고 반대하는 데도 왜 정부가 FTA를 반드시 체결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우리 모두 알아야 한다. 이 FTA가 농업 분야 뿐만 아니라 노동, 금융, 공기업, 의료, 방송,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미국의 무차별 공격을 받게 될 것이란 것을….
가난한 이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교회는 분명 이 땅의 빛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공허한 메아리로서 구호만 외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성을 지녀야 한다.
기층민과 함께 했던 나자렛 예수님처럼 현장에서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해야 한다. 이것이 21세기의 바람직한 교회상이 아닌가. 350만 농민이 외롭고 힘들게 한 미 FTA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하는 데에 보다 더 많은 이가 함께 했으면 한다.
그들만의 반대 외침이 아닌 우리 모두의 반대 외침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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