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비가 내린다.
빗소리로 담는 새해
세상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다.
해가 바뀌어도 불면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 시 사십분에서 한참이 지난 것 같았다.
텔레비전을 켜고 뉴스를 보았다.
겨우 십 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비는 아침이 되면 눈으로 바뀐다고 하였다.
감사한 일이었다. 소한 추위가 온다고 하지만
새해 세상을 깨끗이 씻어 낸다는 반가운 소식
나는 방 밖으로 나와 물을 끓이기 시작하였다.
녹차 한 잔으로 피곤을 덜고 싶었다.
눈이 아프면서도 오래 누워 있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제 미사에서 주님께서는 나를 부르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엇을 찾느냐, 와서 보아라.’
오래도록 나는 그 가르침의 뜻을 알 수 없었다.
지난밤부터 계속된 빗소리에서 나는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낮추고 섬기라는 가르침이었다.
비와 눈은 늘 그랬던 것처럼 알몸으로 내려오면서도
아무 부끄러움이 없는데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모두 가리고 또 감추는 것이다.
가리고 감출수록 드러나는 부끄러움
빗소리가 멎었다. 새벽 다섯 시를 막 지난 시간
눈이 시작되는 것일까.
차를 마시고 나면 세수를 해야겠다.
한 번쯤은 서서 세수를 하고 싶은데
낮추고 엎드려야만 가능한 일상
낮은 곳으로 기꺼이 오신 주님
감사하나이다.
부족한 손 모아 올리는
새해 새 다짐
알렐루야, 아멘
신성수(라파엘. 의정부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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