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파 누워 있다.
원폭이 휩쓸고 간 우라가미,
그 작고도 고요하던 옛마을의
단칸집 두 평 짜리 다다미 위에
그의 병고(病苦)가 누워 있다.
하이드라짓드 약병도 없이,
죄 없이 죽어가고 있다.
마지막 글을 쓰고 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그의 헤어진 이불자락 옆에 오셨던가.
주님의 눈물어린 손길이 그의 이마를,
야윈 가슴팍을 쓰다듬고 있었던가.
핵폭풍으로 아내도 죽은 뒤,
전후(戰後) 우라가미 성당의
가까운 종소리는 왜 멎었던가.
나가이 다카시가 아파서 죽고 있다.
오오, 세기(世紀)의 비애(悲哀)여,
우린 그를 기억해야 한다.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
그가 마지막 ‘사랑으로 부른
평화의 노래’를 잊지 않아야 한다.
(일본 나가사키 성지순례 중 묵상을 통해 지은 시입니다.)
이정우 신부(알베르토. 대구 만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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