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 장기기증 활성화 돼야
지난 회 예고했던 대로 이번 칼럼에서는 장기이식에 관해 논의해 보기로 하겠다.
반세기 전인 1954년 미국에서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 신장이식이 행해졌다. 1967년 심장이식 수술이 행해진 후로는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아 이식에 사용하게 된다. 1980년대에 이르러 혁신적인 면역억제제가 출현한다. 1990년대 생체부분간이식, 생체부분췌장이식, 생체부분장이식 수술 등이 속속 성공했다. 이렇듯 지난 50년 동안 이식의학은 그 질과 양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69년 가톨릭의대에서 처음으로 신장이식이 행해진 이후 지금까지 서울과 지방의 여러 병원에서 수만 건의 장기이식술이 행해졌으며, 앞으로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지난 몇 년 새 장기이식을 위해 중국 등지로 원정을 가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장기기증을 이웃 사랑의 숭고한 실천으로 보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지난해 여름 서울대교구에 소속된 모든 사제들이 장기기증 서약을 하는 모범을 보였으며, 성체대회를 준비하면서‘전 신자 장기기증 등록증 갖기’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장기이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기는 이슬람교, 불교 등 기성 종교들도 마찬가지이다.
장기이식이 활발해지려면 많은 장기들이 기증되어야 한다. 기증 가능한 장기들은 신장, 간, 췌장, 심장, 폐, 골수 및 각막 등 일곱 가지이다. 이 중에서 신장(하나), 간(부분), 골수는 살아있는 사람이 기증할 수 있으며, 간(전체), 췌장, 심장, 폐는 뇌사자만이 기증할 수 있다. 시신으로부터는 각막 및 인체 조직(뼈, 연골, 근막, 건, 인대, 피부, 양막, 심장판막, 혈관)을 적출하여 이식에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장기이식의 특징은 생체 기증자에 의한 이식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생체이식 비율은 80% 이상으로 뇌사자 장기이식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장기이식이 활발한 나라들에서는 생체 기증자보다 뇌사자 기증자의 수가 훨씬 더 많다. 이들 나라에서 생체 기증의 조건을 상당히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 참고하여 우리나라도 앞으로 생체 기증의 조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뇌사자 장기 기증을 활성화해야 한다. 지난 2000년 초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의 시행과 함께 뇌사자 장기 기증이 급속히 감소했다. 법 시행 이전 졸속으로 행해지던 뇌사자 장기이식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로 그 현상을 설명할 수도 있겠으나, 어차피 법률의 존재 이유가 장기이식을 막는 데 있지 않은 바에야 국가는 이식용 장기의 공급을 늘려 수급(需給)의 극심한 불균형을 시정하는 방향으로 힘을 쏟아야 마땅할 것이다.
2002년 법률이 손질되면서 뇌사자 장기 기증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2006년 우리나라 뇌사자 장기 기증은 141명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인구를 4800만으로 보았을 때 인구 100만 명당 약 2.9명에 해당한다. 여전히 낮은 비율이며, 사실 밑바닥 수준이다.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15~30명), 미국(20명)과의 비교는 고사하고, 회교권인 중동 국가들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선진국 중 일본만이 예외적으로 우리나라보다도 낮은 비율(1명 미만)을 보일 뿐이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작년에 개정된 법률에 따라 정부가 이르면 금년 가을부터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의사를 표시하도록 한다고 한다. 이는 미국 등 장기이식 선진국에서 오래 전부터 해오던 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뇌사자 기증이 늘어나는 청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론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장기 기증을 홍보하고 지원사업도 펼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구영모 교수 (울산대 의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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