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방송인인 제자 은영이의 결혼식에서 신부처럼, 신부의 엄마처럼 행복했습니다.
물론 다른 결혼식이 덜 행복해 보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이것저것 걱정을 뛰어넘어야 하고 눈치 살피기에 급급한 요즘 시대에 이 결혼이 유난히 상대방을 잘 배려하는 인연으로 보여졌습니다.
또한 신부가 초등학교 시절의 담임이었던 나를 정성을 다해 귀한 손님으로 맞을 준비에 마음을 쓴 탓일 수도 있습니다.
“저 결혼해요. 오셔서 축복해 주실 거죠? 청첩장은 찾아뵙고 드리겠습니다.” 약속대로 은영이는 찾아왔고, 결혼식장에서는 눈에 띄는 곳에 내 이름의 푯말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 아이의 생애 가장 중요한 정점에 찾을 수 있는 선생님이 되었다는 것, 청첩장은 단순한 초청의 의미가 아니라 “선생님은 내게 남는 사람입니다”라는 마음의 정표로 보였거든요.
문득 이 축복의 혼인잔치처럼 나도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님, 오셔서 축복해 주세요. 주님 보시기에 좋은 자리, 여기 마련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하느님께 남는 어여쁜 사람의 모습인지를.
지금까지 나는 주께서 잊지 않고 그저 기억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잡고 있는 그 끈으로 내 삶의 허물도 고통도 다 덮어주시기만을 간구한 날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간구보다는 감사를 먼저 올려야겠습니다. 매순간이 주님께 영광 드리는 자리이기를, 잊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남는 사람으로 살게 해달라고 기도해야겠습니다.
김정인(아녜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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