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를 가져오는 친절과 배려
점심때 이웃 음식점엔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릴 때도 그 집엔 손님이 북적거린다. 예약을 빨리하지 않으면 룸에서 편히 먹기 힘들기 때문에 홀에서라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사장과 종업원들은 늘 바쁘다. 그런 중에도 ‘우리는 이렇게 바쁘지만 당신 한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라는 친절과 배려의 메시지가 손님에게 전달된다. 그들의 친절하고 기민한 응대, 빛나는 눈길과 마주치면 어쩐지 나까지 생기가 도는 느낌이다. 음식도 맛있다.
일류호텔과 이류호텔의 차이가 시설 면에서는 거의 없다. 우연히 화장실에서 전화를 받아 메모해야 할 때 마침 깨끗이 깎은 연필 한 자루와 메모지 한 장이 가까이 있다면! 그 사소한 배려가 단골고객을 만든다. 상대에 대한 사소한 배려와 친절이 사람을 얼마나 편하고 품위 있게 하며 관계를 지속적이게 하는지 경험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사회와 비교해서 사회적인 물적 인프라 방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가정이나 직장, 이웃과의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심에서 나오는 섬세한 배려와 친절의 면에서 보면 많이 변해야 한다. 다양한 가치관과 처지에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어 살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배려나 친절한 태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공직자에 대한 테러 등 끔찍한 사건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사회엔 인간관계의 많은 분야에서 의사소통의 길이 막혀 절망하고, 갈등과 부조화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만약 그들과 그들의 상대가 조금만이라도 친절과 배려의 이해심을 가지고 서로 간에 가진 불만이나 오해를 사전에 녹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국가지도자의 친절
친절과 배려의 좋은 영향은 공적인 생활에서도 빛이 난다. 반기문 외무장관이 유엔의 수장이 된 데 크게 도움을 준 것은 평소 그가 주변사람들에게 보여준 덕행과 친절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오히려 개인생활보다 공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친절하고 덕스러운 배려나 언행이 가져오는 결과의 차이가 더욱 극명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지도자나 고위공직자의 언행이 친절하지도 덕스럽지도 못하여 심각한 리더십의 위기에 빠진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자신이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이것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이렇게 우리 사회가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것은 함께 끌고 가야 할 많은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아 그들의 협력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업신여김을 당해도 될만한 무가치한 사람은 없다. 사람은 자신을 모욕하는 자를 지지하는 일이 없다. 자신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은 용서해도 자신을 모욕하는 사람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법이다.
함께 하는 삶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리더십의 위기는 함께 하는 삶의 실천을 통하여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함께 하는 삶은 가정과 직장, 그리고 사회의 각자가 처한 자리에서 남을 위한 친절한 배려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구체화된다.
남북전쟁의 극단적인 대립기에 미국을 통합으로 이끌었던 아브라함 링컨은 “자기의 생각에 동조하게 하려면 우선 그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자는 인간관계의 기본을 ‘恕(서)’라 하면서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 하였다. 이는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십계명의 동양적 표현에 불과하다. 예수님은 자신의 몸을 이웃을 위하여 내주심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함께 하는 삶’의 친절과 배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우리 사회를 바람직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 무슨 복잡한 방정식의 해답이 아니라, 의외로 이런 작은 친절과 배려의 실천에서 시작된다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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