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와 보속의 사순절이다. 사순시기에 가장 많이 접하는 말마디는 ‘회개’‘보속’‘단식’‘자선’ 등일 것이다. 그래서 사순시기는 교회의 가장 중요한 전례시기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을 고대하는 때가 대림시기라면 사순시기는 부활의 희망을 간직하고 지상에서 영원한 생명을 고대하는 희망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삶을 살기위한 회개와 그에 따르는 보속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또한 단식을 통한 자선이야말로 신앙인에게 있어서는 아름다운 행위이지만 하루 먹을거리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단식은 또 하나의 고통이 될 것이다.
단식과 금육은 먹기 싫어서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이 음식이 나에게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참고 견디는 것이다. 그 결과로 얻어진 사랑과 희생의 재물을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누는 정신이 중요한 것이다. 희생과 고행없이 자선을 베푼다는 것은 그냥 가진 것 중 하나를 덜어서 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것이 긴박한 상황이다. 좀체 경제는 회복될 양상을 보이지 않고, 정치는 갈수록 더욱 혼탁해져가고만 있다. 사회 분위기 역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어느 때보다 급증하고 있다. 국가 전체가 위기다. 이런 시점에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총체적인 불안한 상황 속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증거해야 한다. 이 사순시기야말로 그리스도인들의 이러한 소명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때이다.
머리에 재를 바름으로써 시작된 사순시기는 매년 되풀이되는 형식적인 행사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희생 제사가 미사 때마다 항상 새롭게 재현되는 것처럼 사순시기에 바치는 모든 기도와 희생은 예수님의 구원사업에 새롭게 동참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께 의지하고 결코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이 희망을 이웃들과 함께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진 것을 움켜쥐고 있을 땐 가진 것 밖에 없지만 손을 펼쳐 나눌 땐 또 다른 은총의 선물이 손바닥에 얹혀 진다는 진리를 체험하는 사순시기가 되도록 ‘나눔’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다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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