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저의 조사에 의하면, 색슨족이나 랩족 사이에서는 출산을 앞둔 산모의 옷에 지은 매듭을 모두 풀어버리는 풍습이 있답니다. 이것은 매듭이 출산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또한 ‘매듭을 묶으며’란 동화에는 두 눈이 먼 채로 울지도 못할 만큼 허약하게 태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조르는 손자를 위해 할아버지는 어떻게 살아남아 하늘과 산과 바람을 느끼며 씩씩한 아이로 자라나게 되었는지를 수십 번도 더 들려준답니다.
그리고 절실한 도전과 성취의 이야기를 들려 줄 때마다, 끈에 매듭을 하나씩 묶어 줍니다.
끈의 매듭이 가득 차면, 그 땐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아이의 마음속에 새겨져 아이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스스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지요. 여기에서 매듭은 어둠을 헤쳐 나가는 빛이며 염원입니다.
이처럼 묶거나 풀어버리는 매듭에서 연상되는 것을 동종주술(同種呪術)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의 일상에서도 가끔 이런 주술적 효과를 바라며 하는 행동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돌잔치에서 아이가 집어든 연필이나 실타래, 결혼반지 등에서 상징하는 그것은 영적인 족쇄가 되기를 원하는 것들입니다.
누구에게나 희망을 묶는 매듭이거나 풀고 싶은 매듭이 있습니다.
저의 매듭은 묵주입니다. 묵주는 소망을 엮게 하고 엉킨 마음을 풀어버리게 합니다. 오늘도 한 송이씩 엮어지는 기도 속에 주님의 말씀 깊이 새겨져, 눈먼 인디언의 아이처럼 스스로 자신을 세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정인(아녜스.시인)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