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집집마다 판공성사표를 돌리며 수고하시는 구역장님의 방문을 받았습니다.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집을 알려주시며 놀러오라는 친절한 말씀에 “제가 요즘 너무 바빠서요”라고 대답해 버렸습니다.
이게 웬 부끄러운 말입니까? 요즘 시대에 안 바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순간 내게 젖어 있는 못된 버릇을 발견하고 혼자 얼굴을 붉혔습니다. 마음에 여유를 두지 못함을 바쁜 척으로 대변하다니요.
‘마시멜로 실험’ 이야기가 새삼스러워집니다. 네 살의 어린이에게 마시멜로 하나를 주고 15분 동안 먹지 않으면 두 개를 준다는 실험을 했답니다.
두 아이의 10년 후의 모습을 비교했는데, 놀랍게도 15분 참은 아이들이 훨씬 더 잘 자랐다는 것입니다.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여러 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이지요.
유혹은 어린 아이가 받아들이기에도 달콤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시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뒤는 더 쓸쓸하지요. 유혹에 쉽게 무너지는 것은 감정조절 능력이 부실한 습관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시멜로는 각가지 기회와 유혹들을 의미하는데 신앙생활에도 여러 빛깔의 마시멜로가 있습니다.
가끔씩 지각하는 신자에게 이렇게 뼈있는 농담을 하시는 신부님이 계셨습니다. “1분 늦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면 얼마나 억울합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1분이 영원을 망칠 수도 있어요.”
겨울이 가고 다시 봄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그 기운으로 새로운 봄을 준비해야겠습니다. 나태함과 침체에서 벗어나 마시멜로, 그 달콤한 유혹을 이겨낼 수 있도록 기도의 싹을 튼실하게 틔어야겠습니다.
김정인(아녜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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