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데 제대로 된 먹을거리가 생산되고 왜곡없이 공급되며 쾌적한 자연환경을 영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하지만 오늘의 농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세계화, 개방화의 물결로 이제는 더 이상 농업생산기반을 지켜가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부이신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치관을 바로 잡는 것이다.
첫째, 농업을 산업의 한 부분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농업의 역할은 실로 중요하면서 다양하다. ①농업은 생명산업이다. 농업은 농민의 생업이기에 앞서 온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가꾸고 지키며 공업원료를 생산하는 국민경제의 기초산업이다. 그리고 농업은 환경생태계를 지키고 가꾸는 환경산업이며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라 생산, 가공, 유통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명의 종합산업이다. ②농촌은 생명의 터전이다.
농촌은 인간과 자연이 하느님과 더불어 공존 공생하는 생명의 터전이자 생태계이며 민족문화의 뿌리로 대동세상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아울러 모든 이의 마음의 고향이자 국민들의 쉼터, 재충전의 장이고, 국민보건 휴양지이다. ③농민은 생명의 일꾼이다. 농민은 국민의 생명인 식량생산의 담당자로 민족의 삶과 정서를 지켜나가고 민족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뿌리이며, 어머니이다. 또한 농민은 하느님 창조사업에 직접 동참하는 창조의 일꾼이며, 자연 생태계와 관계하여 일용할 양식을 생산하는 생명의 담당자이다.
둘째, 농업이 갖는 환경보전적 가치를 서둘러 정립해야 한다. 농업이 단지 인간에게 먹을거리만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농업은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가뭄과 홍수를 조절하여 자연재해를 막아주며 친환경적인 농사는 죽은 땅도 살린다. 또 논에선 벼의 호흡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 내 공기를 맑게 하고,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수질정화도 한다. 그리고 푸른 논과 밭을 보면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기능도 있다. 이런 논과 밭의 환경보전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50조원의 가치가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밭의 가치 환산 : 대기정화 기능: 1조9000억원~4조6000억원, 홍수방지 기능: 1100억원~8700억원, 토양보전 기능: 528억 원~992억원, 수질정화 기능: 5000억원~1조2000억원, 수자원보호 기능: 5800억원~8800억원, 폐기물 처리 기능: 391억 원
▲논의 가치 환산 : 수자원 보호 기능: 8조 2524억원, 환경오염 처리 기능: 1조3552억 원, 산소공급 기능: 5799억원, 대기정화 기능: 1109억원, 홍수조절 기능: 2조5828억원, 비료절감효과: 1069억원.
셋째, 국민 생존권을 가꾸고 국토의 균형발전 기능을 가진 생명산업인 농업이 피폐화되면 생명의 외경사상이 자취를 감추게 되고 환경재앙이 닥칠 것이다.
넷째, 식량안보의 기능으로서 다가오는 21세기 경제기조는 이미 선진국들의 경우 농업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농업의 회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전의 장(場)이자 생명의 유기 순환 체험의 장으로서의 인식이다.
첫째, 농업이 갖는 생명의 섭리를 기본가치로 삼는 사고는 모든 것을 자본이 지배하는 반생명적 문화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생명을 파괴하는 약탈식 농법에서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생명농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농촌이라는 지역사회의 중요성이다. 농촌은 우리 마음의 고향이다.
한 인간이 성장해서 사회구성원으로써 제 역할을 하는데 마음의 고향이 한 인간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셋째, 농사를 짓는 농민의 소중함이다. 현재 농민의 수는 350만명이며 대부분 노인과 여성들이다. 농민이 자긍심을 갖고 이 땅에서 생명의 일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진심어린 격려와 성원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생명의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농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이는 먼저 농민 스스로 가져야 하는 생각이다. 농민 스스로가 농촌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일꾼으로써 말이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 15, 1) 농부이건 아니건, 우리 모두 농부이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신앙인이다. 농민과 우리 모두가 하나되는 대동사회를 이룩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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