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달 15일 노무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과제들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교회의 가정, 혼인과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치하했다.
이는 지난 수년 동안 한국교회가 담당해온 우리 사회의 생명 문화 건설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전세계적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천주교회가 생명의 수호자로서 그 역할을 다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맥락에서 한국 교회는 현재 생명윤리 영역에서 커다란 도전들에 처해 있다. 그 중에서도 시급한 대처가 필요한 것이 바로 인간 배아 연구 문제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이제 어느 한 교구나 주교회의 산하 일부 유관 부서 차원에서만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배아 연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일련의 사안들, 즉 생명윤리법의 입법 과정에서부터 황우석씨의 과학 사기극까지, 수년간의 체험들을 통해 배아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집요하고 강력한지,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배아의 생명권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힘든 과제인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이제 하나의 온전한 인간 생명인 배아들의 생명을 수호하기 위해서 한국 교회 전체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배아의 생명 보호는 교회의 많은 사목 활동 중 하나에 그치지 않으며, 배아 연구는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교회가 총력을 기울여 저지해야 할 가장 중대한 범죄행위로, 인간의 문화와 문명을 가장 야만스러운 수준으로 타락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주교단 전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교구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우리 사회 안에서 하느님의 권능과 사랑을 저해하고 인간의 근본적 가치를 침해하는 심각한 불의와 부정이 발견될 때, 주교단 전체의 뜻을 모아 공동의 입장 표명에 나서곤 했다.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은 한국 교회 신자 전체의 결집된 뜻과 실천으로 이어지곤 했다.
우리는 지금이 바로 그러한 때라고 생각한다. 인간 생명의 가치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앞선다. 배아가 명백하게 인간이라고 가르치는 교회는 그러한 인간을 살해하는 배아 연구를 저지하는데 힘을 아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주교님들이 함께 나서주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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