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死刑)’은 명백한 또 다른 살인행위이다. 죽어도 마땅한 지은 죄에 대해서 사형집행을 통해 제도적으로 형벌을 가하는 행위이지만, 살아있는 생명을 인위적으로 끊는 살인행위인 것이다.
지금까지 교회는 인간생명을 인간의 손으로 단죄하는 사형제도를 반생면적인 제도, 국가에 의해 자행되는 또 하나의 살인으로 간주해 오래전부터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안에 사형제도폐지 소위원회를 구성해 사형제 폐지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 종교들과 뜻을 모아 범국민적인 캠페인을 펼쳐왔다.
이런 노력들로 인해 ‘잘못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의 사형제도에 대해 국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람을 죽였으니까 당연히 죽여야 한다는 고착된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살인행위는 쉽게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다. 이유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당연히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범죄예방을 위해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무조건 그 사람도 죽인다고 흉악범죄가 근절되지는 않는다. 이 사실은 현재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와 존속해 있는 국가의 범죄율을 비교해 보면 자명한 사실로 드러난다.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인 프랑스가 최근 헌법에 사형제도를 폐지한다고 명시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에 23명의 사형수를 처형한 이래 지금까지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10년째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올 연말까지 사형집행하지 않으면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된다. 그래서 천주교를 비롯 7대 종단 종교인들로 구성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이 법무부 장관을 만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정부의 협력을 요청했다. 정부의 결단이 절실히 요청된다.
현재 사형폐지국은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57개국이고, 전시·군 범죄를 제외한 일반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5개국이다. 또 지난 10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은 28개국이다. 이에 반해 아직 사형제도가 존치한 국가는 94개국이다.
사형은 ‘제도적 살인’이다. 물론 피해자와 그 가족의 입장에서 범죄자는 당연히 응징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사형만이 그 해결책이 아닐 것이다. 사형대신 종신형을 통해 범죄자도 자신의 죄를 깊이 뉘우치고 참회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범죄예방과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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