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보존 배제한 근시안적 개발 지양하길
미국의 넓이는 지구의 1/6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미국 서부는 파란 바다, 흰 바다, 뭉게구름, 종이를 구겨 놓은 듯한 주름 잡힌 바위산, 면도칼로 밀어낸 듯이 잘 정리된 경작지, 그 속에서 난리법석을 떨며 이룩한 인간들의 조형품 등이 어우러져 위대함마저 느끼게 한다.
옐로우스톤 관광단지는 1989년 석달 동안의 화재로 생태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숲이 타서 온통 검게 탄 나무들이 제멋대로 누워있는데 오히려 그런 모습들이 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사방팔방 어디를 둘러봐도 거대한 땅덩어리와 푸른 나무들 사이로 끝간데 없이 뻗은 듯한 도로, 땅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푸른 평원에 설치된 자동적인 스프링쿨러 등 끝없는 푸른 시야는 단순한 자연의 축복이라기 보단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과 자연을 보존하려는 의지가 포함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1904년에 지어졌다는 관광지의 목조건물 등은 여전히 깨끗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어서 당시 생활상을 추측하게 한다. 유서깊은 사찰을 제외하고는 과거의 집 형태를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여러 가지 생각을 품게 된다. 물론 민족성이 다르긴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20년만 되면 새로운 디자인으로 부수고 짓는 유행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의 얕은 상술과 근시안으로 조상으로부터 물려 내려오는 역사의 숨결을 곳곳에서 잃고 있지나 않은지 안타깝다.
거대한 자연을 유산으로 받은 미국은 자연이 훌륭한 천연자원이 되어 자연 보존만으로 그들이 살만큼의 풍요를 확실히 보장받고 있다. 정말 부러운 일이지만 자원을 단지 받았다는 그 자체에만 머무른 것은 아니었다.
이곳을 찾는 한국 관광객 중에는 온천지를 보고서 땅값을 묻는 사람이 종종 있다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인디언의 후손의 젊은이는 그 질문에 “햇빛, 물, 공기에 가격이 있는가?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한 최소한을 제외하곤 자연으로 돌아가 주는 것이 보답이다”라는 말로 묻는 사람을 부끄럽게 했다고 한다.
미국 서부로 몰려드는 수많은 관광객을 보며 언제쯤 우리나라도 저들을 부러워하지 않고 우리의 자연을 제대로 활용하여 떳떳이 내세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은 그냥 그대로만 내버려두면 분명히 인류에게 보답을 준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알면서도 인간의 탐욕과 근시안적인 계산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훼손시켜 놓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나라의 경우 6.25 이후 성급한 경제발전으로 인해 자연보존이 뒤로 미루어진 점은 가슴 아픈 일이다. 지금도 여전히 자연보존이 개발 뒤의 문제로 미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저기 가이저(온천수)가 보인다. 우리나라 같으면 생각없는 일부 부동산업자들이 땅따먹기 하듯 미리 사서 프리미엄을 운운해 마을 전체가 들썩거릴 수도 있을 텐데 이곳은 풀뿌리, 돌, 꽃, 나무 하나도 손을 대서는 안 되게 정해져있고 그들은 지키고 있었다.
하늘이 자손대대로 누리며 지내라고 준 보고인 자연을 보존하는 생활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켜야하며 후손들에게 가르쳐야 할 일이다. 관광지의 어느 곳을 보아도 침, 담배꽁초, 휴지 등을 버리는 사람들을 보기 힘든 것도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훌륭한 부모가 자녀들의 스승이 되어 아기시절부터 잘 가르친 탓일 것이다.
“자연을 그대로 내버려두라”는 인디언의 말처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속에서 인간의 삶을 찾을 때 비로소 인류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자연의 소중함과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미국의 살아 있는 자연교육이야말로, 교실에 앉아 칠판 가득히 채워지는 이론 수업이 아닌 자연과 함께 숨쉬고 자연의 생명과 함께 뛰어노는 순간 자연과 하나되는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2003년 서울도 자연과 숨쉬는 생태도시를 만들기 위해 그늘에 가려졌던 청계천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캄캄한 어둠속에 쉬고 있던 자연을 끌어내 주위환경을 만들고 또 그렇게 인간이 자연과 하나되어 지속적이고 조화로운 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면 모두가 색이 덧칠해진 탁탁한 것이 되고 진정한 마음으로 사물을 쳐다볼 때 뒤에 가려진 진정한 무엇인가를 볼 수 있듯 그렇게 자연의 소중함을 개개인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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