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에서 의사의 태아 성감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낮추기로 한데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 정부는 최근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의사의 ‘태아 성감별’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대신 앞으로는 과태로 부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이에 따라 법 개정이 확정되면 지금까지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된 현행 관련법이 단순히 행정처벌인 과태료 부과로 대폭 낮춰지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태아의 성별이 파악되고 여아인 경우 낙태시술을 하게 될 개연성을 크게 높이는 결과가 될 것이다.
특히 우리는 이 제안이 보건복지부가 당초 발표한 의료법 개정 시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가 의사협회의 요구를 반영해 추가한 것임을 주목한다. 낙태시술을 통한 음성적 수입에 적지 않게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의료계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의료협회측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개정안을 주장하는 이들은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저출산 시대이고, 아들보다 딸을 원하는 이들도 늘고 있어 이 조항 자체의 취지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형사처벌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감별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남아선호사상이 잔존하고, 낙태율 또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최근 미 국무부가 연례 인권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는 여아 1명당 남아 1.08명으로 전통적인 남아 선호사상이 유지되고 있으며, 법으로 금지됐음에도 성감별을 통해 여아를 낙태시키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굳이 해외로부터의 지적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사회 안에서 약간만 주위를 돌아봐도 이 같은 남아선호사상과 여아 낙태 사례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연한 성감별의 허용은 기왕의 높은 낙태율을 더욱 악화시킬 것은 자명하다.
부모의 ‘알 권리’는 반드시 태아의 성을 아는 것으로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생명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얼마든지 태아에 대한 사랑과 지혜로운 태교가 가능하다. 결국 우리는 낙태율의 증가가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런 식으로 법을 개정하려는 저의에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성감별 행위는 명백하게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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