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판타지 소설에는 로스트 템플(잊혀진 사원)을 신의 믿음을 저버렸기에 사라진 예배당으로 묘사합니다. 이 글에서 ‘잊혀진 것들은 버린 것들’이라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고통도 죽음도 아닌 망각이라고.
나이 탓인지 요즘 들어 잊혀진 것들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예전이라고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 왜 없었겠습니까.
단지 별 생각 없이 지나치는 것들이 지금은 ‘어떻게 그렇게 하얗게 잊어버렸지?’하고 새삼 스스로 놀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안타까움에 망연자실합니다.
얼마 전에 예방주사를 맞으러 병원을 찾은 찾았는데 “저 혹시 모르시겠어요?”라며 낯선 간호사가 인사를 했습니다. 도대체 기억을 할 수가 없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돌아서 나왔는데 그게 왜 오랫동안 저를 괴롭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근무지며 이것저것 묻는 것으로 보아 분명 오래 전에 내가 가르쳤던 학생일 거라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미안한 일이며 가슴 아픈 일입니까.
나와 한 세월을 함께한 사람을 몰라보다니요. 그러나 정작 더 두려운 것은 어쩌면 나도 저렇게 잊혀져가고 있다는 상실감입니다.
이렇듯 망각은 우리를 두렵게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바쁘게 사느라고 주님을 잊고 있으면요? 주님이 나를 모른다고 하면요?
오늘은 등골 서늘한 이 망각 중의 망각을 생각하며 팽팽히 기도의 화살을 당겼습니다.
주님, 매 순간을 당신께로부터 벗어나지 않고자 하나이다. 기억하여 주옵소서.
김정인(아녜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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