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케이블카를 잘 못 탄다. 롤러코스터류의 놀이공원 탈것들은 보기만 해도 어질어질하다.
바이킹 같은 초보적인 놀이기구는 곧잘 재미를 느꼈는데 왜 그럴까 생각 끝에 이유를 알아냈다. 취업 당시 십 수 군데의 면접 끝에 얻은 일종의 지병. 극도의 긴장이 반복되다보니 긴장이 예상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심리가 신체적 반사 작용의 형태로 나타난다. 원래 좀 심약한 편이었던 터라, 그 후유증이 좀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결론이다.
놀이기구가 비정상적인 한계상황에 신체를 팽개침으로써 얻는 특이한 반응을 쾌감으로 여기는 것이라 당연히 긴장을 유발한다. 반복됐던, 기분 나쁜 긴장감에 대한 기피 심리로 한계상황이 예상되면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해야 할 때도 마찬가지. 순서까지 기다리는 10여 분간은 거의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십자가의 길까지 바쳐보지만 안정이 안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시작하고 조금 지나면 편안해진다는 것.
대개 신문기자의 수명이 가장 짧다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한 가지는 긴장이다. 마감에 쫓기면서 느끼는 극도의 긴장이 스트레스로 축적돼 건강을 해친다. 암의 발병 원인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스트레스라고 한다.
문제는 긴장이 발전과 성숙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이다. 적절한 긴장은 공부나 업무나, 심지어 연애나 부부생활에 도움이 된다.
1등이나 꼴등이나 도무지 긴장하지 않는 아이를 둔 학부모는 속이 탄다.
호통을 듣고도 오타가 잔뜩 섞인 보고서를 올리는 부하직원도 마찬가지. 애가 중학생이 될 만큼 살아온 터에 ‘화이트데이가 먼 말’이냐며 초콜렛 한 알 살 줄 모르는 남편. 모두 긴장감이 떨어진 탓이다.
그래서 살아가는데 있어서 긴장과 이완의 적절한 조화는 필수적이다. 그 황금율을 필자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에서 본다. 비록 동양의 격언이지만 그리스도교의 근본 가르침과도 깊은 유비를 갖는다.
그리스도교는 초월적 하느님을 가르치지만 피안의 세상만을 지향하지 않는다. 종말론적 구원은 현세 질서의 복음화와 연결되며, 지금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할 것을 요청한다. 현실 도피적 종말론은 이단이며 영원을 외면한 채 현세 질서의 개선만을 추구함은 혁명일지언정 신앙인의 소명으로는 반쪽에 그친다.
사람이 제 할 일을 다하되, 그 뜻을 모색하고 완성을 구하는 것은 하느님께 의탁하라는 것이 바로 ‘진인사 대천명’에 대한 필자 나름의 해석이다. 바로 여기에서 필자는 긴장과 이완의 절정의 조화를 발견한다.
긴장이란 실패의 두려움, 자존심과 긍지에 대해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는데서 비롯된다.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해 겸허한 마음가짐을 가진 뒤,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인사’의 자세일 것이다. 나아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들 때에는 더 이상 허욕을 부리지 않고, 하느님의 뜻에 의탁하는 것, 그것이 ‘대천명’의 자세이다.
최선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자세에서 나태와 게으름을 멀리할 수 있고 긴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느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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