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논리 앞서 식량주권 고려해야
이 땅의 주식은 쌀이다. 그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쌀은 지난 5000년 동안 우리 겨레를 먹여 살려온 생명이자 문화이며 민족의 혼이다. 그런데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그 귀하디 귀한 쌀이 이제 천대받고 있다. 일 년에 잘해야 명절이나 제사 때 외에는 먹을 수 없었던 쌀이 이제는 남아돈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쌀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우리는 국민의 기본식량인 쌀의 자급자족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25.3%인데 그중에서 쌀이 차지하는 것이 95%나 되기 때문이다. 이 쌀 생산마저도 우리가 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식량은 외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쌀보다 싼 것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1인당 1년에 먹는 쌀은 평균 80.7kg(2005년 기준)이다. 일반 쌀 한가마니가 14만28원(2005년)이며, 생명농법 쌀은 28만원이다. 이를 1년 12달로 나누어보면 1달에 약 1만1700원(2만3300원)을 소비하는 것이고, 이를 30일로 나누면 하루에 390원(780원), 한 끼당 130원(260원)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쌀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를 내다볼 때 과연 이 모습이 좋은 모습일까. 절대 아니다. 현재 세계 곡물시장은 공급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인구대국들이 식량 자급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하면서 곡물 소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생산은 기상재해로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다.
또한 여기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식량 주권의 문제다. 한 나라가 외세에 예속되지 않고 국민들의 의사를 자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확실히 보장하여야 한다.
우선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인 군사주권을 확보하는 것이고, 경제의 자립적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식량주권이다. 식량주권이라 함은 모든 나라가 자국의 식량정책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배타적이고 불가침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는 국민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국민은 이를 인식하고 먹을 수 있으며 국민 누구나 이를 자유롭게 사먹을 수 있는 권리를 동시적으로 만족해야만 한다. 쌀을 지키는 것은 나라의 주권을 지키는 것이다.
선진국의 식량자급률은 100%가 넘는다. 이렇게 중요한 쌀을 우리가 포기해야만 하는가. 절대 그럴 수는 없다. 아무리 품질 좋은 쌀이 들어온다 해도 우리 쌀을 당해 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①한국인의 체질에 맞는 우리 자연에서 자랐기 때문이고 ②갓 도정한 쌀의 신선함이 살아있기 때문이고 ③우리 입맛에 익숙한 구수한 밥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④처음 수확한 그대로의 자연스런 맛이 담겨 있기 때문이고 ⑤우리 농촌의 땀과 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쌀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사라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예전에 우리 농촌의 모습은 쌀농사가 끝나면 겨울에 밀, 보리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수입 밀을 들여옴으로서 우리밀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1992년 우리밀살리기운동을 전개해 우리 밀을 생산하지만 그 양은 소량이다. 쌀이라고 다를까. 현재와 같은 구조라면 분명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바닷물이 썩지 않는 이유는 3%의 염기 때문인데, 우리 가톨릭 신자 중 3%만 우리 쌀을 애용하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식량수입국이다. 그런데 이제 주곡인 쌀마저 자본의 논리에 따라 포기하고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농업은 그야말로 붕괴되고 고스란히 식량주권을 다국적 곡물기업의 손에 넘겨주고 말 것이다. 쌀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쌀은 구성면에서 총 농가의 78%를 차지하고 있고 농가 소득 면에서는 우리나라 농가 소득 중 53.7%를 차지하고 있으며 재배면적이 1억ha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전체 농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쌀을 포기하는 것은 농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 신앙인들은 쌀 소비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자본의 논리에만 따르지 말고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전 및 생명을 살리는 일에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동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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