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까지 해야만 하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평소의 한국 주교단의 입장을 볼 때 이처럼 단호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현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31명 한국 주교단 전체의 이름으로 ‘생명의 문화를 향하여’라는 성명서를 낸 것이 지난 3월 15일이다. 이례적으로 한국 주교회의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절대로 배아 복제 연구는 안 된다며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그 반응은 말 그대로 ‘썰렁’했다. 신문을 비롯해 방송 등 소위 국내 매스컴에서는 단 한 줄도, 단 한마디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매스컴에서 이를 외면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이유에서, 어떤 생각에서 성명서 발표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일반 매스컴의 행태를 보면 이렇게 하고도 남았음을 이해하고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이 문제는 이해하면서 그냥 넘어 갈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황우석을 시작으로 돌출된 인간 배아 복제 연구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정말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경제적인 논리만을 앞세운 이들의 주장에 매스컴은 덩달아 날개를 달아주었다. 하지만 곧 추락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연구는 계속되고 있고, 매스컴 역시 어떻게 하면 이 연구 성과에 먼저 동승할까 하는 공명심만 가득할 뿐이다. 이 연구에 대한 폐해, 부당성 등에 대해선 단 한 줄의, 단 한마디의 비판도 언급도 없이 말이다. 주교단 전체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서는 한마디로 일반 매스컴들에 무시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온갖 외설이나 불륜을 조장하는 드라마는 앞 다투어 방영하면서 정작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을 버린 것이다.
이와 같은 심각한 상황을 우리 신자들마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신앙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피해선 안 된다. 피와 땀으로 신앙을 지켜 낸 순교자들의 믿음을 헛된 것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런 참담한 현실 속에서 한국 주교단은 인간 배아 복제 연구 허용을 개탄하며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하기로 했다. 돈이 남아서가 아니다. 굳이 일간지에 광고를 하는 것은 그만큼 생명파괴 정도가 심각하기 때문에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이다. 아울러 생명 31운동본부 주관으로 보건복지부장관과 국무총리 앞으로 ‘생명수호엽서’ 20만부를 보내기로 했다. 주관부서에 직접 탄원엽서를 보내 사태의 심각성을 깨우치도록 하자는 의도이다. 이 엽서 보내기에 우리가 적극 참여하는 것도 신앙인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배아도 엄연히 인간생명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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