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 추진에 있어 국민 위한 배려, 사전 설득 필요
지금 TV나 신문은 온통 최근의 국가대사인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타결 관련 소식으로 시끄럽다. 우리 사회가 ‘지구경제화의 길’에 더 깊이 들어선 느낌이고 찬반양론의 엄청난 후폭풍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무슨 일을 처리할 때의 방식은 그 사람의 성격유형과 처지에 따라 현격히 다를 수가 있다.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은행에 다니는 내 친구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지방에 있는 모임에 갈 때 그는 언제나 목적지에 이르는 최단 경로를 미리 지도상에서 확인하고 곧장 그 계획에 따라 운전해 간다. 그의 아내가 아무리 다른 길로 가보자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같이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은 목적지를 향해 출발할 때 지도를 참고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아내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뻔하게 아는 전 번 갔던 길을 굳이 피해 즉흥적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고 한다.
일단 크게 저지르고 보는 우리 국민들의 이런 성격을 나는 1988년 올림픽 유치, 1997 IMF 외환위기 때도 실감했지만 1992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많은 개인과 기업 고객들이 앞 뒤 안 재고 중국투자를 감행하는 모습을 보고 그 무모함에 두려움마저 들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어차피 지금 세계는 WTO 출범 오래전부터 경제적 효율과 부의 추구라는 경쟁노선에 서 있다. 냉정하게 보면 어떻게 이에 적응하며 살아갈 것인가가 남겨진 문제일 뿐이다.주사위는 던져졌다! ’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엔 ‘이러다가 온 국민이 다시 고생길로 접어드는 거 아냐?’ 하는 우려도 있다. 그 동안 많은 부분을 미국에 의존해 살면서도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미국과의 경제통합으로 시너지효과보다 미국에의 경제의존도만 높이고 몇 개 안되는 국제 경쟁력 있는 기업마저 빼앗길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 사회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어제 어느 축산 농민이 한미 FTA 협정 협상 타결을 성토하다 친구와 논쟁 끝에 공기총을 난사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국회 비준 저지를 다짐하는 사람들도 잔뜩 벼르고 있다. 우리 사회엔 다양한 직업 다양한 처지의 집단과 개인이 있다. 농촌 도시 할 것 없이 삶의 방식도 다양하다. 미래의 비전마저 사치일 수 있는 계층, 조약돌이 일으키는 파문에도 사정없이 흔들리는 종이배처럼 기반이 약한 살림살이를 사는 인구가 많다.
지금 한미 FTA협정을 추진하는 것은 중국경제의 영향으로 초래된 산업의 공동화 및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고, 미국의 세계 전략에 호응할 수밖에 없는 역학관계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미국이 대한민국을 전 아시아와의 자유무역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을 때 그 상생협력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 일본이나 중국, 인도 등 주변국 기업이 반사효과를 기대하고 우리나라에 투자를 증대시킬 수도 있고,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나아가 대륙을 통한 유럽과의 경제통로를 마련하는데 미국이 일조를 하리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이처럼 한미 FTA 협정을 계기로 우리가 기대하는 경제체질 개선과 신산업의 창출 등의 돌파구마련, 장래 국민소득 3만 달러, 4만 달러 시대를 가져올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그 국회비준을 받는 과정도 험난할 것이 예상된다.
앞으로 FTA 협정 비준 과정에서 불거질 우리 사회의 혼란과 파열음을 오히려 사회통합과 진정으로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에너지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경제적 효율과 부가 그 사회의 건전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국제 경쟁력이 개개 국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통문화나 민중의 삶 속에는 상품화할 수 없는 ‘한국인다운 행복한 삶의 핵심’이 들어있다. 많은 노령 인구를 품고 있는 농어촌은 원시림이나 갯벌처럼 적은 사회적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의 삶을 품고 그 복지를 가능하게 하므로 특히 다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둘째, FTA 협정같은 국가대사를 추진함에 뚝심과 직관적 판단력이 요구되지만 사전에 지도에서 목적지와 경로를 확인하는 운전자처럼, 피해를 볼 국민에 대한 사전 설득, 안내와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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